지난 9일 동아일보 순문상 화백의 갑작스러운 사표나 최근 시사평론가 유시민씨가 <인물과 사상>을 통해 동아일보 절독 의사를 밝힌 것은 한 개인이나 한 신문의 문제로 국한할 일이 아니다.
한 개인의 의지, 더욱이 한 신문이 현재 놓인 상황에 과다한 조명을 비추는 게 아닌가 하는 주저스러움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단계에서 한 개인이나 신문이 놓인 상황은 그 값을 뛰어넘는 온전한 보편성을 지니기도 한다.
우리는 손 화백의 사표가 상당히 가치있는 질문과 비판을 현재의 신문시장과 업계에 던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동아일보 절독 움직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단한다. 손 화백은 “답답해서 떠난다”고 했고 우리는 그가 그렇게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
손 화백이나 수많은 독자들이 내뱉는 탄식의 꼭지점에는 바로 창업자와 그를 좇는 편집 간부들의 올바르지 못한 현실인식과 편집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세무조사에 대한 과도한 반발, 그로 인한 반정부적 태도의 감정 과잉, 그리고 최근 대통령 선거 경선국면에서 드러난 의혹 부풀리기 등등은 독자들에게 ‘믿었던 동아’에 대한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나만 끊고 싶어 몸서리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다니”라고 한 독자(이은라씨)는 말했다. 한 네티즌(ID glaza)은 아버지가 동아일보 인쇄공으로 오래 근무했던 이력을 소개하며 안타까움의 농도를 높였다.
또다른 네티즌은 “‘조선일보라면 이런 얘기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국 사람에게 말했다”고 술회했다.
모두 지독한 애정의 발로이다. 동아를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이건 비단 동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재벌 회장의 1주기에 어느 신문은 버젓이 ‘그는 살아있다’고 썼고 어느 신문은 동아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상당히 중립적이 됐다고 인정받은 어느 신문 역시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창업주나 그 가족의 편집권이 한 신문의 편집권으로 환치되거나 편집국 성원들의 의견이 자유롭고 균형있게 경쟁해 그 결과물이 지면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 신문은 존재 의미를 잃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위 사주가 있다는 신문들이 명예회장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에두를 것이 아니라 그 신문이 한 가족의이해관계를 ‘저버렸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
또 신문을 기자와 독자의 몫으로 돌리는 일에 나서줄 것 또한 요구한다.그 변화의 물결은 외부보다는 기자 사회 안에서 자발적인 연대와 결사체를 이루며 이끌어내야 할 일이다.
비판을 받는 쪽이 진정 따뜻한 애정을 몰라주거나 외면한다면 그때, 비판은 다른 얼굴로 바뀌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