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언론 장애인 고용 '두 얼굴'

지면은 "지켜라" 훈계, 정작 실천은 외면

서정은 기자  2002.04.17 00:00:00

기사프린트

“장애인 고용의무를 일반기업은 물론 정부기관들까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행정기관, 기업들이 이런 형편이니 일반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순조로울리 없다. 장애인의 날이 오면 반짝 관심으로 요란하지만 깊숙이 자리잡은 편견과 선입관은 요지부동이다.”(국민일보 2000년 4월 20일자 사설)

4월 20일,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대부분의 언론들이 겉도는 장애인 복지 행정을 꼬집거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사설과 칼럼을 쏟아낸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민간 기업보다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장애인 편의시설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언론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야 한다”며 장애인 2% 의무고용 및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 등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경향신문은 ‘장애인 복지, 인식부터 바꾸자’(2001.4.20) ‘장애 미개국 오명 언제까지’(2000.4.20) 사설에서 “민간기업은 물론 정부기관도 2%의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장애인 문제 남의 일 아니다’(2001.4.20) ‘장애인 두 번 울리는 사회’(2000.4.20) 사설에서 “도로나 공공시설 등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장애인 문제의 해결은 그들을 우리의 동등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때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도 ‘한 장애인 노점상의 죽음’(2001.3.29) ‘대학의 장애인 차별’(2000.4.20) ‘장애인 먼저의 생활화’(1999.4.20) 사설을 통해 “기업은 그렇다 치고 정부와 공공단체의 장애인 고용은 더욱 한심하다”며 “사회 구성원 전체가 장애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보살펴야 진정한 복지국가가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편견에 날아간 장애인의 꿈’(2001.11.19) ‘장애인도 버스 타고 싶어요’(2001.8.31) 사설에서 “장애인들이 어떤 형태의 차별도 없이 배우고 일하고 즐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시설을 고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장애인 이동권 획기적 변화 기대’(2002.1.24) ‘장애인을 내모는 사회’(2001.11.19) ‘장애인 아픔을 외면하는 사회’(2001.8.31) 사설에서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보장하는 일은 이들의 사회참여를 돕는 전제 조건이자 장애인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0년 3월부터 7개월간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회’ 시리즈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 문제, 공공기관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장애인·정상인 통합교육 문제 등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이들 신문사의 2001년 장애인고용률은 2% 법적 의무를 위반한 0.59%에 불과했다. 장애인 편의시설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장애인운동단체들은 언론이 말로만 장애인 인권을 외치고 실제 행동에선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과 차별을 외면한다면 언론의 사회 기능을 저버리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언론의 공공성을 생각할 때 남보다 한발 앞서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양심적인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 사무국장은 “언론이 장애인 문제를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만 제기할 게 아니라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