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대해 근거없이 음모·조작으로 몰거나 보도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취재 기자에게 폭언을 하는 등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언론 대응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지난 10일 오전 “이인제 후보가 앞으로 음모론과 색깔론 등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SBS ‘아침종합뉴스’ 보도에 항의하면서 “내가 언제 안한다고 했냐, 니들이 그런다고 내가 죽을 줄 아냐, 새끼들…”이라며 폭언을 내뱉어 물의를 빚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3시경 SBS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아침에 방송 3사 뉴스를 보니 마치 내가 잘못된 행동을 중지하는 것처럼 보도돼 격앙됐고 그래서 실수했다. 개인적 감정은 아니다”라며 사과했다.
이 후보는 또 지난 6일엔 문화일보의 ‘이인제 사퇴 신중 고려’ 기사에 대해서도 “이인제를 좌절시키기 위해,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공작”이라는 음모론을 폈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는 “이 후보측의 믿을만한 참모로부터 수차례 확인을 거쳐 기사화한 것”이라며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어도 공작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3월 27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일보와 SBS가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가 문항 순서를 조작해 결과를 유도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문화일보측에 공식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서도 “모든 언론매체가 광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음모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전히 근거는 없고 비방만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민주당 충북지역 경선 합동유세에서 “경선에서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광기가 흐르고 있다”며 “전국에서 1000명씩 여론조사를 해서 온 신문과 TV가 똑같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며 ‘음모론’을 거론했으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신문사 민주당 출입기자는 “경선 진행중이고 정치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할 목적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유리하면 괜찮고 불리하면 공작과 음모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 방송사 출입기자도 “언론과 기자를 상대하면서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말과 입장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정치부장은 “이 후보가 처음에는 방송에 불만을 품고 음모론을 제기하더니 이제모든 언론이 일제히 여론조사를 터뜨린다는 식으로 전 언론을 상대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 후보의 말에 화가 나지만 언론이 여기에 자칫 대응을 잘못하면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고, ‘무슨 신문은 누구 편인가 보다’ ‘무슨 방송은 누구 적인가 보다’라는 식으로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긴 안목으로 보면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 정도를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