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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큰 울타리 지키되 진보적 입장도 포용"

기자협회-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간담회

김상철 기자  2002.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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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간담회는 지난 2월 이상기 기자협회 회장이 조선일보를 방문, 취임 인사를 나눈 이후 방 사장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간담회는 지난 10일 오후 6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으며 조선일보측에서는 방상훈 사장을 비롯 송희영 사장실장 권태우 기자(기자협회 부회장) 등 6명이, 기자협회에서는 이상기 회장과 이천구 사무국장 정구철 편집국장 등 6명이 참석했다. 방 사장은 이날 햇볕정책 대선 문제 언론계 현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





햇볕정책



햇볕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정책을 풀어 가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 지금보다 더 지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광자금을 달러 등 현금으로 결재한다든지 기름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기업을 개입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적자를 내면서까지 지원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차라리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올바른 것 아닌가.

(이에 대해 기자협회 참석자들이 “조선일보는 북한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판하면서 모든 형태의 지원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지 않는가. 햇볕정책에 대한 방 사장의 생각과 조선일보 보도에 차이가 있다”고 질문하자) 편집국의 보도와 내 생각이 모두 일치할 수는 없다. 생각의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김 대통령 및 세무조사에 대한 생각



세무조사가 시행됐을 때는 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차츰 지나면서 정리가 됐다.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간 언론사가 세금 문제에 대해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부분은 시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언론사의 오랜 관행까지 문제 삼아 860억원까지 부과한 것은 심했다. 대통령의 생각이 그렇게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국세청이 대통령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과잉충성’한 것일 수도 있다. 세무조사의 문제점은 있지만 대통령 개인에 대해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오늘 입원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인간적으로 병문안을 가고 싶은 심정이다.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 대통령이 떨어졌을 때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위로의 뜻을 전달한 적도 있다.



주간조선 노무현 후보보도



당시 법원 판결 후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 보도 내용이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지만 단 1%가 틀렸다고 하더라도 사실을 틀리게 보도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그래서 노 후보에게 사과했다. 노 후보도 그 자리에서 내 사과를 받아들여 소송을 취하했다. 그런데 오늘 주간조선이 사실을 반대로 보도했다. 그래서 데스크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대선후보 언론관 및 언론경력 검증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가 조선일보 편집국장 재직 당시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에 연루된 점이나, 이날 있었던 이인제 후보의 기자 폭언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기자협회 참석자 질문에 대해) 언론은 후보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없다.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노 고문이 언론에 굴복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럼 정권을 잡으면 언론을 탄압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만약 언론자유가 침해받는 상황이 오면 나는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언론자유는 언론계 전체가 지켜나가야 할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언론계와 조선일보 지면 방향



(3월 26일~28일 조선일보와 인민일보가 공동 주최한 한·중 경제심포지엄 관련) 중국에 가보니까 정말 많이 변화됐다. 사회주의적 구호가 거리에서 거의 사라졌다. 주먹을 높이 올리는 포스터가 많았는데 이번에 가보니까 거의 보이지 않더라.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 우리 언론도 시야가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관점, 미래지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국내의 좁은 울타리에 시야가 갇혀서는 곤란하다. 언론사도 서로 공유할 것은 공유하면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 공유 없는 차별화는 문제가 있다. 언론자유, 기자사회의 가치는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몇 달간 지켜봐 달라. 조선일보도 달라질 것이다. 보수의 입장을 지키되 큰 테두리에서 진보적인 입장도 껴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리=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