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선거보도 관련 자료를 나눠줬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나름대로 준칙을 준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현안 쫓아가기 급급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런 여력이 있을 지는 자신할 수 없다.”
여야 경선을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들의 토로다. 언론사들이 잇따라 선거보도준칙을 발표하거나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준칙의 실효성을 더할 수 있는 자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선거보도준칙이 “근거 없는 폭로나 비방에 대해서는 검증을 거쳐 보도하겠다”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발표 저널리즘이나 중계보도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폭로내용을 보도하지 않으면 마치 봐주는 것처럼 비춰질 것이고, 정책 대결을 고민하면서도 결국 데스크에서 주문하는 기사를 쓰는 게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 기자는 “사실 준칙을 현장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기사거리가 될 지 여부는 결국 현장에서의 기자 판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외부의 보도감시 노력이 준칙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3월 선거보도준칙을 발표하며 외부 모니터제 도입을 선언했던 경남일보는 모니터 보고서의 전문성 제고 문제로 지면에 게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같은 양상은 외부 감시활동에 앞서 준칙 준수와 적용 여부를 점검하는 언론사 자체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양당 후보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면 노사 공동의 편집위원회를 가동, 준칙 이행 점검에 나서거나 기존 심의실을 활용해 선거관련 보도를 준칙에 의거, 심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준칙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경향신문의 손동우 정치부장대우는 “기본 틀은 기존 조항을 준용하는 수준이 되겠지만 나름대로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002 양대 선거보도준칙’을 발표한 문화일보의 이용식 정치부장은 “무엇보다 기자들에게 준칙 내용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자체 워크숍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편집국 심의팀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심의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 대선이본격화하면 준칙을 점검할 외부 모니터팀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