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희 조선일보 사진부장대우는 유독 작가 사진을 많이 찍는다. ‘작가 사진 전담기자’라 할 만하다. 올해 들어 문화면에 작가들의 글을 받아 연재하고 있는 ‘지방에서 띄우는 편지’의 작가 사진도 한 부장이 챙겨서 찍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 생활을 마치고 3년여간 데스크를 보던 한 부장은 99년경 “다시 일선에서 뛰겠다”고 자청했다. 2000년 초부터 문화면에 주 1회 ‘눈여겨볼 작가’ 시리즈를 시작했고 한 부장이 사진을 맡았다. “흔히 찍는 클로즈업 사진에서 벗어나 작가의 내면을 끌어내 보고 싶었습니다. 만나기 전에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작가의 글도 읽고 관련 기사도 많이 봤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작가 사진과의 인연은 12회분 시리즈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72년부터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한 한 부장은 올해로 경력 30년째를 맞는다. “기자생활 30년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터에 때마침 지난해 전시기회가 생겼고 30여명의 작가들을 보충 촬영해 11월 서울에서 ‘작가 일흔일곱의 풍경’ 사진전을 열었다. 77명의 흑백사진 159컷을 모아 같은 제목의 사진집을 펴냈고 전시회는 올 1월 대구와 광주에서도 개최됐다.
한 부장의 ‘취재기’도 적지 않다. 김정환 시인은 “어찌나 집요하고 주문이 많은지, 화를 내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런데 그가 찍은 나의 사진을 보니 정말 ‘나에게 예술적’이다. 그의 흔적은 전혀 없고 내가 나에게 나의 풍경을 전달해온다”고 평하기도 했다. 김 시인의 사진은 그의 얼굴과 캠코더에 찍힌 또다른 그의 얼굴이 겹쳐진 것이었다.
김 시인이 압권이라고 평한 소설가 조경란씨의 경우, 빨래가 널린 옥상에서 조씨가 아파트를 뒤로하고 어딘가 응시하는 모습을 담았다.
“뒤로 보이는 아파트는 대부분의 생활인들이 바라는 지향 같은 것이겠죠. 작가가 지금 서있는 자리와 일상의 지향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의미 있게 여겨졌습니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를 펴낸 소설가 이문구씨를 찍을 당시에는 어떻게 이 작가를 표현할까 고민하다 백화점 앞에서 지나가는 군중들 틈에 작가를 세웠다.
작업이 끝난 뒤 이씨가 “한형이 이렇게 작업하는 건 직업의식이요, 쟁이근성이요”하고 물었다. 한 부장은 “직업의식일 수도, 쟁이근성일 수도 있지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작가의 내면을 담고 싶다”는 한 부장은 사진기자도, 사진작가도 아닌 “‘사진가’로 남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 부장의 사진은 개인 홈페이지 ‘한영희가 만난 사람’(www.chalkak.pe.kr)에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