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취재를 위해 과로와 과음에 시달리다가 간암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간암으로 사망한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의 부인 엄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윤 기자가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던 중인 1992년경 만성 B형 간염에 걸렸고, 충분한 휴식과 치료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시간에 쫓겨가며 기사를 취재해야 하는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계속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취재원과의 교섭 및 접대 등을 위하여 과음을 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만성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 정도를 넘어 급속하게 악화되어 간암을 유발함으로써 사망하게 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동경지사는 국내 본사 편집부에 소속되어 본사의 지휘에 따라 기사를 취재하여 본사로 송고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근로를 제공한 장소가 국외라는 사유만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해외파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앞서 “윤 기자가 국외 사업장인 동경지사에 파견되어 근무하던 해외파견 근로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 근로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기존질병인 만성간염의 자연적 경과에 따라 간암이 발병하여 사망한 것이므로 업무로 인한 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유족 급여 신청을 기각했었다. 윤 기자의 부인 엄모 씨는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10월 서울행정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2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취재하는 등 수 차례 특종상과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윤 기자는 지난 96년 5월부터 동경특파원으로 근무하다 99년 2월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귀국, 같은 해 4월 6일 4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윤 기자는 96년 5월부터 동경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김대중 납치 중정 조직적 범행’, ‘안기부 극비자료 KT공작 단독 입수’ 등 99년 2월까지 약 3년 동안 총 581건(월 평균 17건)의 기사를 취재했으며, 97년 말 IMF로 동경지사의 지사장 제도가 폐지되자 지사장 업무까지 수행했다. 또 일본을 방문하는 본사 간부 영접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1주일에 3∼4일 정도 밤늦게까지많은 술을 마셨다고 유족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