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동아인들이 자신이 만드는 신문에 대해 큰 실망을 넘어 자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게 정말 내가 만드는 신문인가’ 라는 참담한 심정들을 조심스럽게, 하지만 심각하게 털어놓고 있다.”
동아일보노조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 18일 발행한 소식지 ‘공보위광장’을 통해 최근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나타난 동아일보 지면이 공정성과 균형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는 시사평론가 유시민씨의 동아일보 ‘절독기’와 손문상 화백의 ‘퇴사의 변’이 나온 데 이어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과 반응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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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위는 ‘李주장 기정사실화 盧에 연일 핏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경선 보도분석’에서 “최근 민주당 경선과정을 보도한 동아일보 지면이 공정성과 균형감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고 결론지었다. 공보위는 또 “(노 후보의 술자리 발언과 관련) 관련자들의 말이 서로 엇갈렸지만 동아일보는 노 경선 후보의 발언을 기정 사실로 전제하고 기사와 사설을 게재했다”며 “사실확인과 의제(어젠다) 설정, 지면배치, 기사제목, 사설·칼럼 등에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공보위는 이와 관련 몇차례 모임을 갖고 불공정 보도 사례를 수집하는 등 논의과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위는 특히 최근 보도와 관련 사장과 편집국장의 공정보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용정 편집국장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앞으로 한쪽 진영의 주장을 담은 ‘쿼트’를 따서 톱 제목으로 뽑는 일은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보위는 “최근 동아일보를 보면 따옴표 제목이 ‘홍수’를 이루다시피 했다”며 “후보진영이 제기하는 공세도 하나의 ‘팩트’임에는 틀림없지만 ‘팩트’를 넘어서 ‘진실’을 찾으려는 의지, 정확성에 자신 없는 기사는 인쇄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공보위는 ‘토론 없는 편집회의가 무리수를 부른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노무현 후보가 “동아 조선은 민주당 경선에서 손떼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지난 7일 오전 간부회의에서는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신문을 만드는 게 좋다”는 분위기였으나 오후 2시 편집회의에서 관련기사를 1∼4면에 대대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것. 공보위는 이에 대해“외부로부터 모종의 지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정 편집국장은 공보위 측에 “간부들은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지면을 만드는게 좋다는 의견을 표시했으나 최종적으로 지면을 어떻게 짤 것인지는 편집국장인 내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외부로부터 어떤 지침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국장은 또 “편집국장으로서 민주당 경선과정에 대한 본보의 보도를 놓고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의견들을 건설적으로 수용한다는 게 나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억측이나 오해가 일어나는 것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