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KBS 2TV와 MBC 등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방송사 노조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재벌의 방송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2일 발표한 차기 정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공적 기관 개혁을 위한 단기적 정책과제로 △KBS 2TV, MBC, 연합뉴스, YTN 등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민영화 △한국방송광고공사 폐지 등을 요구했다.
한경연 조성봉 박사는 “신문은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고 독자 선택이 반영되며 논조 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반면 방송의 경우 SBS를 제외한 공중파 방송이 실질적으로 모두 공영방송인 기형적 구조”라며 “시청자의 선택이 광고시장에 반영됨으로써 경영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민영화를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사 노조를 비롯한 언론노조와 언론단체들은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에 대한 구체적 논리 없이 경영 자율성이란 허울 아래 방송과 통신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것은 재벌방송을 만들어 방송을 황폐화시키고 결국 방송을 자본의 힘으로 통제하려는 망발”이라며 “방송마저 재벌 손으로 빼앗아가려는 비열한 작태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와 MBC본부도 이날 ‘재벌의 방송장악 음모를 경계한다’ 제하의 공동 성명을 통해 “재벌을 대변하는 이익단체가 나서서 재벌을 감시해야 할 방송의 소유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공분을 느낀다”며 “KBS와 MBC의 위상은 경제문제가 아닌 올바른 언론정립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결국 전경련 주장은 재벌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방송언론을 장악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언론이 소유구조 개편을 통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으나 단지 민영화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는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재계의 민영화 주장은 자본의 방송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리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어 “전경련의 주장이 방송에 대한 자본의 직접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면 국민적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며 “방송을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지 말고 공익적 측면에서다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