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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검증도 투명해야 한다

우리의주장  2002.04.24 11: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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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檢證)’이란 ‘검사하여 증명한다’는 뜻이다. 또 `법관이 직접 자기의 감각으로 물체의 성질과 모양, 사물의 현상을 조사해 증거의 자료로 삼는 일’도 검증이라 한다.

조선일보는 최근 의회발전연구회와 함께 `후보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대선과 시·도지사 선거에 나올 후보자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동아 등도 같은 기치를 내걸었다. 후보자들의 발언과 행적, 그들의 사상과 경험을 담은 책과 기록물 등을 발굴, 분석해 언행일치와 진실성 여부를 따져본다는 취지는 일견 공감을 얻을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언론사의 후보검증이 만인이 수긍하는 객관적 기준을 통해 이뤄질지, 말뜻에 충실한 결과를 보여줄지 의문이 든다. 자칫 후보검증 과정의 오류나 굴절로 인해 언론이 국민에게 되레 `검증’당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첫째 이유는 정치인인 후보자들을 증거에 입각, 과학적으로 검사하여 증명하는데 적절치 않을 뿐더러 분명 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치행위·이력·언행 등은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다양한 분석과 해석을 낳게 한다. 그동안 언론이 과거 선거에서 `정책평가’나 `공약검증’이란 타이틀 대신 `후보검증’이란 말을 쓰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이해한다. 엄격히 말해 후보검증은 어디까지나 유권자의 몫이며 투표행위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또 하나는 검증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위압감과 권위주의 때문이다. 이 말은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한 후보가 경쟁자의 사상과 노선을 `검증’하겠다고 나서고 야당과 일부 언론이 이를 특정후보 공격의 소재로 삼으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작업이 단순한 유행어를 차용한 공약·인물 평가인지 본래 뜻대로 검증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기만하다. 최근 학계·시민단체의 토론회에서도 후보검증에 대한 동기의 순수성, 용어사용의 문제점, 검증 주체로서의 자격론 등을 놓고 일찌감치 논란이 일었다.

세번째는 객관성과 공정성 여부다. 검증 전에 먼저 검증주체의 객관성과 도덕성, 검증 방식의 공정성을 널리 인정받는 게 순서다. 해당 언론사들은 학술단체 등과 공동작업을 한다고 했지만 언론사가 주도하는 관행에 비춰 언론사의 의도가 개입할 소지가 많다고 본다. 우리는 과거 한국논단과 조선일보(최장집 교수)식의 검증과 97년 대선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보여준 특정후보 편들기란 `치욕’을잊지 않고 있다. 얼마전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국회의원모임이 친일(親日)행적 인사를 `검증’해 발표했을 때 보여줬던 조선·동아의 태도 역시 기억에 선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의의 성숙으로 유권자들이 후보자와 언론을 함께 검증할 게 분명하다. 우리는 후보검증 작업이 공정한 정책평가와 후보 바로알기 수준을 넘어 약점 들추기나 특정후보 공격의 수단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