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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에 나와있고 보도자료도 보냈는데

홍걸-이신범 합의 언론 '눈 뜬 장님'

김상철 박주선  2002.04.24 1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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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뒤늦게 더러운 거래로 매도”





대통령 아들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도 ‘포위망’을 좁혀 가는 데 열을 쏟고 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홍걸씨에게 9억원을 줬다는 최규선 미래산업 대표의 폭로와 ‘홍걸씨가 이신범 전 한나라당 의원에 66만달러를 제공키로 비공개 합의하고 이중 10만달러를 지급했다’는 지난 17일자 문화일보 보도를 통해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언론은 94년 일산땅 매입, 95년 토렌스지역 주택 매입과 2001년 매각, 2000년 5월 버디스팔로스지역 주택 매입, 미국은행과 거래 시 융자신청서 신용카드 발급 서류 등에 국적 직업 허위 기재, FBI의 초기 조사 사실 등 홍걸씨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보도 대부분은 미국에 있는 이신범 전 의원이 수차례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한 내용이며 언론도 단신 등 단순 보도하기도 했던 사안이었다. 10만달러 합의금 지급 등은 언론이 애초 이 전 의원의 주장에 관심을 갖고 확인에 공을 들였다면 일찌감치 기사화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10만달러 지급의 경우 이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홍걸씨를 상대로 한 증언거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소송비용 일부를 변상하는 선에서 종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소송비용 일부 변상’ 합의는 당시 연합뉴스 LA특파원 기사나 현지 언론에서도 언급됐었다. 결정적인 확인 기회도 있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24일 합의조건 위반으로 소송을 재개하면서 소장에 합의내용과 액수를 적시했으며 LA타임스에서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소장에는 △2001년 5월 17일경 피고들 및 각 피고는 원고에게 화해조건을 지키고 2001년 7월 16일이나 그전에 약 66만달러를 모두 지불하기로 약속 △2001년 7월 16일경부터 이들 피고들은 합계 10만달러만을 지불, 화해조건을 위반했다고 나와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영문 소장을, 8월 소장 번역본을 특파원과 현지 언론, 한나라당 기자실 등에 배포했다.

또 올 3월 미주중앙일보도 홍걸씨와 이 전 의원의 맞고소 기사에서 “이 전 의원과 김씨를 대신한 당시 윤석중 LA총영사관 홍보관은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55만달러에 합의했으나 윤 홍보관이 10만달러만 건네줬을 뿐 합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주간조선,월간조선, 주간동아 등은 지난해와 올 초 홍걸씨의 주택 매입·매각, 관련 서류 허위 기재 사실 등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이 어느 한쪽의 주장이었다 하더라도 언론이 ‘초동 취재’에 품을 들였다면 보다 빨리 이슈로 부각시킬 수 있는 사안이었던 셈이다. 한 언론사 워싱턴특파원은 “이 전 의원측에서 소송 진행과정에 대해 수시로 자료를 보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개인에 대한 불신 등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면도 있었고, 대통령 아들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이라 기사화하는 데 주저했던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언론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년간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는데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진실규명에 나서지도 않았다”면서 “뒤늦게 이를 보도하면서 판사가 강제중재인을 내세워 적법하게 합의한 것을 마치 더러운 거래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이와 관련 “지금까지의 관련 보도는 최규선씨 폭로와 맞물려 기존의 팩트들이 재해석된 것”이라며 “초기에 언론의 사실 확인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기자도 “이전에 단신, 단발성으로 나왔던 기사들이 다시 주요하게 처리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제대로 조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10만달러 합의금 지급을 필두로 한 홍걸씨 관련 의혹을 부각시키기까지 ‘국내 언론’은 쉬운 길을 버려두고, 오랜 시간을 에돌아 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