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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물의·탈법 가입·불법 재송신…

스카이라이프 문제 속출… 선심성 기자 외유 추진도

박미영 기자  2002.04.24 11: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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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이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직원들의 이메일을 불법 감청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개인 정보를 빼내 가입자를 허위로 유치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또 방송법이 개정돼 KBS 2TV를 동시재송신 할 수 없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방송을 강행해 방송위의 시정 통보를 받는 등 문제가 그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스카이라이프는 이런 와중에도 불구하고 방송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오는 5월 8일부터 2박 3일간 일본 외유를 떠날 계획이어서 ‘선심성’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개인정보 빼내 가입자 허위 모집=예약가입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 수만명의 고객을 본인의 동의 없이 허위 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종합상황실 민원접수 처리부’에 나타난 고객 불만사항 중 지난 3월 15일부터 3월 30일까지 ‘무단 또는 불법가입에 따른 항의’는 총 1449건 가운데 301건. 실제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한 영업점의 경우, 관할구역 중계유선 가입자의 정보를 도용해 총 1만3091건을 탈법 가입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가 당초 밝히 예약가입자 60만명 중 실제 가입자가 10만여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허위가입자 수는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또 이와 관련 검찰이 내사에 들어간 상태여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스카이라이프는 이에 대해 “본사가 아닌 일부 계약 영업점이 본사의 지침을 어기고 1만5000여명 가량의 허위 가입자를 모집했으며,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후 영업정지 등 엄중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KBS 2TV 불법 재송신=방송법 개정으로 KBS 2TV의 경우 방송위의 승인을 받아야만 동시 재송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은 의무재송신 대상이던 KBS 2TV를 MBC, SBS와 같이 방송위의 승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위는 법이 발효된 지난 20일 스카이라이프에 KBS 2TV의 재송신을 금지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23일 불법방송에 대한 시정 통보를 했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는 “규제 일변도의 방송위 행정정책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며 방송법 시행령이 제정될 때까지 KBS 2TV를 계속 방송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스카이라이프는 또 방송법 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다는 방침이다.

△직원 이메일 불법 감청=지난 17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조실 이모 부장이 구속 기소되고 유모 감사팀장과 이모 부산지사 직원 등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 부장은 지난 3월 해고된 이병효 동부권 영업총괄지사장의 이메일을 부산지사 직원 이씨를 시켜 불법 열람했으며 ‘강철’이라는 이름으로 이메일 내용을 유 감사팀장에게 전달, 이 지사장 등 3명을 해고하는데 사용하도록 했다. 검찰은 강현두 사장의 개입 여부와 관련해서는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기자협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특정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컴퓨터 해킹과 감청은 물론 개개인에 대한 동향감시를 일삼아 간부들을 무더기로 해고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불법감청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성방송 경영진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선심성 일본 외유=오는 5월 8일부터 2박 3일간 방송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본 외유를 떠난다. ‘일본 방송 산업계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3일 동안 일본 위성방송사인 스카이퍼펙TV와 후지TV, NHK등을 방문하는 일정.

한 신문사 방송담당기자는 “취재 현안도 없는 상황에서 산업 시찰 명목으로 외유를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많은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마당에 선심성 외유를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 유희락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일본의 위성방송과 월드컵 방송 준비 상황을 취재하는 것은 방송기자들에게도 유익할 것으로 판단해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