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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보낸 팩스가 미주 한국일보로"

한국 특종 행운…이신범씨 "리다이얼 잘못 눌러"

박주선 기자  2002.04.24 11: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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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가 버튼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들어온 팩스가 한국일보에 ‘단독 보도’라는 행운을 안겨줬다.

한국일보는 지난 18일자 시내판 1면 머릿기사로 ‘홍걸씨, 이신범에 10만불 제공/이씨, 청와대·야당과도 협의’라고 보도했다. 전날자 석간 문화일보와 같은날자 조간신문들이 1면에 일제히 “김홍걸 씨가 이신범 전 의원에게 10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전한 데 비해 한 단계 진전된 내용을 ‘단독 보도’ 했던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 전 의원이 (김홍걸 씨와의 소송과 관련) 청와대와 협상을 시도하고 한나라당측과도 협의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본보가 단독 입수한 이 전 의원과 유선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 한나라당 김무성 전 총재비서실장 간의 팩스서신 사본에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가 이 문제의 ‘팩스서신 사본’을 단독으로 입수하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 전 의원측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의원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팩스 리다이얼 버튼을 잘못 눌러 한나라당으로 가야할 팩스가 미주 한국일보로 엉뚱하게 전송된 것이다.

한국일보 정치부 담당 기자는 “17일자 문화일보에서 ‘김홍걸 씨 10만 달러 제공’ 기사를 보고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서 미주 한국일보에 추가 자료가 있는지 확인 요청을 했다”며 “본사 요청에 따라 미주 한국일보에서 관련 자료들을 보내왔고, 그 중 이씨가 보낸 팩스사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신범 전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소송 경과에 대해 당에 보고하려고 김무성 전 한나라당 총재비서실장 앞으로 팩스 10여장을 한꺼번에 보낸 적이 있다. 그때 리다이얼을 잘못 눌러 미주 한국일보 지사로 팩스가 들어갔고, 당시 미주 한국일보측에 실수에 대해 설명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또 “그 중 청와대로 보낸 팩스는 소송 관계에 있던 박지원 씨와 소취하 합의를 한 뒤 박씨의 요청으로 보내게 된 것”이라며 “‘더러운 뒷거래’식으로 비밀리에 팩스가 오간 게 아니라 소송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정당한 절차였다”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