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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안테나] 미 언론, 이-팔 갈등 편파 보도 심각

친이스라엘 시각 뚜렷…올바른 사태 판단 막아

해외안테나  2002.04.24 11: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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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익 언론재단 연수팀 차장

미주리대 저널리즘학과 연구과정





미국 언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비영리 기관인 FAIR(Fairness

& Accuracy In Reporting)는 뉴욕타임스와 3대 공중파 방송의 보도를 분석하면서 미국 언론이 심각할 정도로 친이스라엘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10일자 뉴욕타임스 1면 제목은 “At least 8 killed in suicide bombing on a bus in Israel”이다. 이스라엘 군인에 의해 희생된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죽음보다 8명의 이스라엘의 죽음을 제목으로 선택한 것. 이것은 뉴욕타임스가 이번 중동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타임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뉴스가치 때문이라고 변명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팔레스타인들의 대량학살이 타임스 1면 제목에 한번이라도 실린 적이 있는가?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3월 29일 이후 타임스의 1면(A1)제목을 분석해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죽은 팔레스타인들이 언급된 적이 없었다. 4월 5일자 뉴욕타임스 1면 톱기사 제목에서 사용한 ‘carnage’(대량학살) 역시 이스라엘에 의해 희생된 팔레스타인들의 죽음을 비유한 것이 아닌, 자살폭탄에 의해 희생된 3명의 이스라엘인(그 중 한명은 폭탄을 짊어진 팔레스타인)들의 죽음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한편 3대 공중파 방송 역시 편파 보도에서 예외는 아니다. FAIR는 이번 조사에서 ‘복수’ ‘보복’을 의미하는 ‘retaliation’이란 단어를 미국 3대 공중파 방송(CBS, NBC, ABC)이 중동사태를 보도하면서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밝혔다.

인티파다가 시작된 지난 2000년 봄부터 올해 3월 17일까지 3대 공중파 방송의 저녁뉴스는 retaliation 사용에서 심한 편차를 보였다. 3대 방송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보도하면서 전체 150회 정도 사용했다. 이 중 79%는 팔레스타인의 공격에 대응하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보도하면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지 9%만이 팔레스타인 공격에 이 단어를 사용했다(대략 12%는 모호하거나 혹은 양측 동시에 사용됐다). 즉, 미국 3대 방송은 retaliation이란 단어를 이스라엘에 거의 9배 이상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ABC의 World News Tonight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64%, 팔레스타인에 21%를, CBS의 Evening News는 이스라엘에 79%, 팔레스타인에 7% 가량 사용했다.가장 편향적인 곳은 NBC 뉴스로 팔레스타인에 단 한번도 retaliation이라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서로의 공격을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의한 대응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자신들의 공격은 기본적으로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수세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이처럼 상반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이것을 어떻게 보도하는 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같은 불균형은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본질적으로 ‘retaliation’은 상대방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폭력이라는 긍정적인 뜻을 갖고 있다. 즉 이 단어는 폭력의 책임 소재를 규명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FAIR는 미국 언론의 이같은 편파적인 보도가 미국인들이 이번 사태를 올바르게 판단하는데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