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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강령 규정 엄격 적용땐 취재기자 대부분 징계 대상

언론노조 윤리위 첫 회의…'답답한 현실' 실감

김상철 기자  2002.05.01 1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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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잘못된 스폰서 문화가 관행적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도 별다른 문제의식조차 없이 스폰서가 밥 사고 술값 내고 골프접대 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를 지적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것입니다.”

전국언론노조 윤리위원회가 삼성전자의 출입기자 초청 생활가전 전략발표회 행사와 관련 지난달 26일 발표한 경과보고 중 일부다. 윤리위 보고서에는 만연한 ‘스폰서 문화’를 개선하고 기자윤리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과 고충이 깊이 베어있다.

언론노조는 지난 3월 15~16일 삼성전자가 전략발표회를 주최하면서 출입기자들을 초청, 각종 편의와 향응을 제공한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달 23일 윤리위를 소집해 진상조사와 징계 방안을 논의했다. 3월 22일 취재활동에서 윤리강령을 어겼을 경우 해당 조합원을 징계·공개한다는 규정을 제정하고 윤리위원을 인선한 데 따른 조치였다.

진상 조사에 착수한 윤리위는 당시 행사에 서울지역 일간지 기자 20여명이 참석했고, 삼성전자측에서 저녁식사와 2차 술자리, 30만원 상당의 소형세탁기 상품교환권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금품 청탁 향응 선물 접대 등 거부 △취재 관련 식사 음주 등은 본인 부담 원칙을 규정한 언론노련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었다. 윤리위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윤리위는 “진상규명 과정에서 일부 당사자들은 ‘일상화된 일인데 뭐가 잘못됐느냐’ ‘재수 없게 걸렸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언론계 전반이 심각한 도덕 불감증에 걸려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취재현장에서 벌어지는 스폰서 문화에 윤리강령 규정을 100% 적용했을 경우, 기자들 대부분이 징계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윤리위는 이번 회의가 윤리위 구성 이후 첫 회의였고, 윤리강령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 등을 감안, 명단 공개는 하지 않고 해당 지부에 경위 파악 및 적절한 조치를 요망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아울러 △해당사에 노사 공동의 윤리위 설치 △주최측인 삼성전자에 유감 표명과 향후 예방 조치 등을 촉구하는 문건을 발송했다.

전영일 윤리위원장(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현실적으로 취재현장의 뿌리 깊은 관행을 무시하고 관련자 공개 등 처벌을 강행할 수는 없었다”며“앞으로는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개되고 드러난 사안에 대해서는 윤리강령을 확실히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