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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사건 '조작' 증거 찾아내

MBC'이제는 말할수 있다'

mypark@journal  2002.05.01 12: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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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설 부친 “아들 글씨 맞다… 강기훈씨에 미안” 증언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지난달 28일 방송한 ‘91년 5월 죽음의 배후’ 편에서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밝혀내 탐사보도의 개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이날 방송에서 91년 유서가 아들의 글씨가 아니라고 주장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던 김기설씨의 아버지 김정열씨를 만나 ‘아들의 글씨가 맞다’는 최초의 증언을 얻어냈다. 김 씨는 이날 방송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제작진이 내놓은 아들의 유서를 보고 “유서는 아들이 사망한 이후 처음 보는 것이고, 분명 아들의 글씨가 맞다”며 법정 증언을 번복했다. 김 씨는 정확한 예시까지 들어가며 유서가 아들의 글씨가 맞다고 주장하고 “지금은 강기훈 씨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는 충격적인 증언을 털어놨다. 김 씨는 “당시 (유서를) 제대로 볼 경황이 없었다”고 말했고, 기설 씨의 어머니도 “당시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아니라고 하자고 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또 당시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유서를 포함한 여러 문서들을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사설감정원에서 필적 재감정을 받아 김기설의 유서와 강기훈의 문서가 전혀 다른 필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당시 국과수의 문서감정을 담당했던 김형영 씨를 제외한 다른 사설 감정원에서는 필적 감정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분위기였으며, 심지어 한겨레가 사설 감정소에 의뢰한 필적 감정 문건까지 압수당했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죽음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서강대 박홍 총장의 발언을 크게 보도하는 등 강기훈 씨의 유서대필 사건을 기정사실화 했던 대다수의 언론들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기설 씨 아버지의 증언이나 필적 감정은 언론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11년이 지난 지금보다 훨씬 이전에 밝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그동안 방송에서 금기시 돼왔던 사건들을 재조명하며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이번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을 끝으로 4차분 방송을 종영하고, 내년 1월경부터 5차분 방송을 이어나갈예정이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