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집에서 발견된 언론개혁 등의 문건 작성자가 기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언론개혁 등 아태재단의 관련 문건은 광주지역 ㅈ신문사 박 모 차장이 작성했다고 밝히고 문건을 공개했다.
박 차장은 전날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검찰은 소환조사 결과 문건 작성이 범죄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보고 내사를 종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특검에서 문건을 입수할 당시 정권 핵심이나 여권 내부에서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현직 기자가 정관계 인사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언론대책 문건을 작성, 전달한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다는 점에서 기자윤리, 언론과 정치권의 유착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줬다.
박 차장은 지난 99년 8월 평소 친분관계가 있던 이수동씨의 개인비서(전 전남도지사 직소민원실장)로부터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생각이 있으면 모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10여건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차장이 작성한 언론문건 가운데 ‘개혁완성을 위해 중앙언론사 개혁 시급’이라는 문건은 △언론사도 조세정의에 예외일 수 없으며 시장원리를 통해 개혁해야 한다 △소유 경영을 분리해 편집권을 독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또 ‘지방언론 개혁을 위한 접근 방안-광주전남 지역 중심으로’라는 문건은 △광주전남 지역 언론사 현항 △지방언론이 사주비리나 모기업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는 구조적 문제 △모기업을 통한 언론사 정리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박 차장은 지난달 3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10여건의 문건을 한꺼번에 전달했고 분량은 문건 별로 A4 용지 2쪽, 많게는 4~5쪽 정도였다”며 “언론문건은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 아니라 총론 차원에서 접근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아태재단 문건’ 사건은 정치권 폭로나 관련 문건에 대한 언론인 연루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문일현 중앙일보 차장이 언론대책 문건을 작성해 정부 인사에 전달한 사실이 폭로돼 파문이 일었다. 가깝게는 지난 4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이인제 후보측이 지난해 8월 노무현 후보의 언론 발언과 관련 “기자가 내용을 제보해왔다”고 밝혀 정보 입수 경위를 놓고 언론과 정치권 유착 문제가 불거지기도했다.
한편 박 기자가 근무했던 ㅈ신문사 편집국장은 “회사 차원에서는 30일 사표를 수리했고 추후 입장 발표 여부는 문건을 보지 못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 “기자와 정치인의 유착 행태가 재연된 것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