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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할 말 있다] 주 5일근무 '줄타기'만 할 것인가

이상연  2002.05.01 12: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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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한국노총 홍보국 차장



한국노총의 근로시간단축 협상재개 선언과 함께 지난 2주일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던 주5일 근무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됐다. 사실 지난 2년간 끈질기게 이어진 근로시간단축 논의과정을 가는 곳곳마다 쫓아다니며 취재하는 담당기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출입기자단은 협상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며 무려 일주일 이상의 엠바고를 통해 노사정 협상 성사를 기대하는 인내를 보이기도 했다.

근로시간단축 협상이 결렬됐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의지가 수그러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동계가 협상을 접고 대중투쟁의 국면으로 전환을 선언한 만큼, 이후에도 근로시간단축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행보엔 언론의 안테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바른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을 위해 이전 언론의 보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언론의 역할을 당부하고자 한다.

지난 몇 년간 실시된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수십여 차례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80% 이상의 국민들이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두손들고 환영하는 마당에 언론은 지나치게 노사정 3자 사이에서 줄타기 기사작성 내지 재계의 입장에 치중하는 형편이었다. 한술 더 떠 일부언론은 ‘주5일 근무제 시행 이르다’ ‘서두를 일 아니다’ ‘기업경쟁력’ 등 제하의 기획기사와 사설까지 동원해 재계의 시기상조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또한 협상주체였던 한국노총과 장외의 민주노총의 입장차이는 ‘노-노 갈등’으로 정책적 차이에 대한 해설 없이 감정, 조직갈등으로 처리한 반면 전경련과 경총 등 재계의 시시콜콜한 주5일 도입무산 시도는 2∼3단으로 비중 있게 지면에 배치했다.

주5일 근무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노사정 3자가 존재하고 이들 3자의 입장이 너무나 확연하게 분리돼 있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노사가 합의해서 주5일 근무제를 진행시킨 유례를 찾아볼 순 없다. 정부가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강력한 추진력을 발판으로 실행시켜 나가는 것이 오히려 순리이나 우리 정부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불행의 씨앗’이 존재하는 것이다.

치고 나갈 땐 확실하게 치고 나가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닌가.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한 여러 가지 혼란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마당에 믿을 구석과 대의명분은 국민적 여론과 이를 시행 가능케 할 수 있는 현재 우리의 경제여건이며 그 압박의 중심에는 바로 ‘언론’이 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