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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언론 영향력·위상 급등 '상한가'

파격적 속보·민주당 경선 호재 만나

김동원 기자  2002.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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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물론 ‘바람’의 장본인인 노무현 고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과정에선 그에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은 곳이 있다. 바로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들이다. 인터넷 매체들은 ‘음모론’과 ‘색깔론’, 그리고 이른바 ‘8·1 언론관련 발언’ 보도파문으로 이어지는 기존 활자매체들의 역풍을 잠재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는 인터넷 매체들의 달라진 영향력과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실험’ 정도로 치부되던 인터넷 매체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하고 오마이뉴스를 찾아봐!”

이달 초순 이른바 ‘8·1 언론발언’ 보도파문 등으로 긴장감이 감돌던 여의도 노무현 캠프. 회의에 열중하던 한 참모는 ‘뭔가 또 터졌다’는 실무진의 보고를 받자마자 이렇게 조건반사식으로 지시했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언론사를 상대로 기사 서비스하는 통신사로 ‘속보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연합뉴스와 같은 반열에서 회자되고 있는 장면이다. 인터넷 매체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시민 기자제’ 도입과 2000년 총선 직후의 이른바 ‘386 광주 술자리’ 보도 등으로 이전부터 이목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시사저널 조사에선 언론분야 영향력에서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쇼트트랙 김동성 선수 실격 파문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라는 ‘호재’를 만나 상한가를 치기에 이르렀다. 김동성 선수 실격파문의 경우 속보 형식으로 20개의 연속기사를 내보내 14만5000건의 접속자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역 경선의 경우 전 과정을 생중계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방문자수 50만명, 페이지뷰 150만건에 이르던 네티즌들의 관심도가 방문자 150만명, 페이지뷰 580만건으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물론 이 현상은 당시 쇼트트랙 ‘오심’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노풍’이라는 ‘이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1일 접속자 150만 ‘상종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 역시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프레시안의 경우 페이지뷰가 최대 100만건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사이트 개설 당시와 비교해 보면 7∼8배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제주도지사 성추행 파문과 관련, 녹취록을 단독 입수 보도하는 등 특종도 많지만, 프레시안의 경우심층분석 및 기획 기사와 유수한 칼럼들이 네티즌들의 마우스를 고정시키고 있다.

인터넷 매체들의 영향력 변화는 취재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취재 기자들에 대한 출입처의 ‘대우’도 달라졌다.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이제 웬만한 취재처에선 ‘오마이뉴스에서 왔다’면 다 안다. 타 언론사 기자들도 취재분야가 비슷한 경우 자주 만나 얼굴이 익은 탓도 있지만 은근히 정보 공유를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신문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여야 경선주자 인터뷰 기사는 관심 있게 봤다. 거칠긴 하지만 지면 제약이 없으니까 자세하게 정리해 놓아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세종로 정부청사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프레시안의 경우 국내 정치뿐 아니라 경제, 국제 문제에 대한 심층 기사가 눈에 띈다. 기존 매체와는 색다른 시각에서 쟁점과 현안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참신하다”고 말했다.

기존 언론사쪽에서 이들 인터넷 매체에 전략적 제휴를 제안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영향력 수준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 증대에는 인터넷 인구의 확대라는 객관적인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한달 1회 이상 접속)는 2438만명으로 이는 2001년 말(1904만명)과 비교할 때 28%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2.3%가 ‘자료·정보검색’을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격·틈새 전략이 상승 요인

하지만 나름의 전략도 주효했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특유의 ‘파격’과 틈새 공략이 강점이다. 기존 활자매체들이 지면에 담기를 주저하는 기사들을 거리낌없이 올려놓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엽기DJ 시리즈’와 부시방한 반대를 주장하는 한총련 학생들의 미상공회의소 점거농성 보도. 민주당 경선의 경우 방송사들조차 개표결과만을 속보처리하는 상황에서 전 과정을 생중계 했다. 민주당 등은 경선 대회장에서 그림이 좋은 위치를 오마이뉴스에게 제공하는 등 ‘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활용, 독자들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주고 있다. 정운현 편집국장은 “심지어 오탈자에 대한 지적부터, ‘이런 기사를 한번 보고싶다’거나 ‘누구를 인터뷰해 달라’고 하는 주문을 적극 수용, 네티즌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보도 늘었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으며 재미도 짭짤하다. 실제 지난 18일의 ‘금감위 촌지’ 기사의 경우도 제보 덕이다.

인터넷 매체가 ‘빅3’로 지칭되는 거대 언론을 비판하는 것이 기존 권위에 거부감이 강한 젊은 네티즌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원인으로 꼽힌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국장은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거치면서 인터넷 매체들이 기존 언론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 의제설정이나 여론형성 과정에서 기존 언론의 독점적 지위를 깼다. 네티즌들도 기존 언론에 대한 이런 인터넷 매체들의 비판을 접하면서 기존 언론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음모론’ ‘색깔론’에 이은 ‘8·1 언론관련 발언’ 파문 등 잇단 논란 속에서 인터넷 매체들은 ‘빅3’의 보도태도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사이버문화연구소의 민경배 소장은 “인터넷 매체가 기성언론에 대한 대안언론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과거 같았으면 색깔론 공세가 먹혔겠지만, 이번 경선의 경우 인터넷 언론과 게시판 여론이 오히려 여기에 대해 역공세를 취하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경제전문 사이트 해외통신사 인정

시사종합 사이트와 경로는 다르지만 경제전문 사이트도 영향력이 확대되긴 마찬가지다. 시사종합 사이트의 경우 ‘폭로’와 고발, 비판성 기사 등이 주조를 이루지만 경제전문 매체의 경우 정부정책, 증권 등과 관련한 속보와 정보가 중심. 자연히 일반 네티즌보다는 경제 전문가와 주식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머니투데이는 1일 방문자수 45만에 페이지뷰는 450만, 이-데일리는 1일 방문자수 30만에 페이지뷰는 600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트는 인터넷상 경제전문통신사의 역할도 맡고 있다. 머니투데이와 이-데일리 모두 60여개 금융, 언론사 등과 전재 계약을 체결, 기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해외 통신사와도 계약을 체결, 머니투데이는 불룸버그에 서비스를 하고 있고 이-데일리는 로이터, 텔레레이트, 불룸버그 3개사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internet news agency’로 인용 보도되기도 한다. 국내 언론사 기사를 인용하는 사례가 드문 점을 감안할 때 외국 통신사들의 이들 인터넷 매체에 대한 신뢰도를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언론계에서도 위상을 인정받아 지난 3월에는 재정경제부기자실에 정식 등록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기자실엔 이미 지난해 등록됐다.

이-데일리의 최창환 대표는 “논조보다는 사실 전달, 속보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신뢰를 획득하는데 2년이 걸렸다. 전문가 그룹과 여론 선도층 사이에선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고 이제 남은 과제는 대중화”라고 말했다. 여론시장의 중심을 향해 인터넷 매체들이 성큼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김동원 기자 wo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