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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문화 홍걸-이신범 '뒷거래' 취재기

대통령 아들 비리 '새국면' 열어

공영운 기자  2002.05.01 12: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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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운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기자협회보 4월 24일자 ‘홍걸-이신범 합의 언론 눈뜬 장님’ 기사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홍걸씨 이신범에 10만달러 줬다”는 제하의 기사를 처음 보도한 문화일보 특별취재팀의 취재과정과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기자협회보의 기사의 요지는 언론이 이신범씨의 주장을 진작에 면밀히 추적했다면 홍걸씨 문제를 좀더 일찍 부각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이를 게을리 하는 바람에 ‘가로질러 올 수 있는 길을 둘러왔다’고 지적한 것이었다. 본 취재팀은 이같은 지적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며 언론인의 신속한 사실추적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사 취재진도 그동안 홍걸씨와 이신범씨간의 길고 복잡한 소송과 공방 내용을 일일이 천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두사람간의 싸움은 이미 3년이 넘었고 소송만도 2년 넘게 꼬리를 물고 계속돼 왔다. 그러나 취재진이 홍걸-이신범 싸움을 다시 짚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최규선씨가 “홍걸씨에게 9억원을 줬다”고 말한 시점부터였다. 홍걸씨측이 그동안 주택 및 자동차구입비, 생활비 등의 자금출처에 대해 해명해온 것이 모두 거짓일 가능성이 커졌고, 이신범씨의 의혹제기가 사실로 입증될 정황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이신범씨가 지난해 5월 김홍걸씨로부터 66만달러를 받기로 비밀합의서를 작성하고 그중 10만달러를 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이 포착됐다. 이신범씨에게 연락해 합의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비밀로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면 진행중인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물증확보를 위해 추가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윤석중 청와대 비서관이 미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영문 11페이지)를 입수했다. 윤씨는 홍걸씨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답변서에는 △합의서가 영문 1장, 국문 2장 등 3종류 서류로 구성됐으며 △총 합의금이 66만달러였고 △그중 1만달러를 즉석에서 지불했으며 △추후 합계 10만달러를 지급했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청와대측에서는 처음에는 확인을 거부하다 답변서 사본을 제시하자 10만달러 제공사실을 시인했다.

이 사실은 첫째, 홍걸씨가 자금출처 등에 대한 법정증언을 앞두고 합의를 추진한 점 둘째, 합의한 66만달러와 지급한 10만달러의 자금출처가 또다른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셋째, 홍걸씨 비리의혹전반과 연관성이 짙다는 등의 측면에서 기사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66만달러 합의와 10만달러 제공 사실은 국내언론에 한번도 보도된 바 없으며, 본 취재팀의 보도는 명확한 물증을 근거로 양측의 확인을 거쳐 이뤄진 것이다.

좀더 빨리 보도할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으나 현 시점에서도 의미가 퇴색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문화일보 보도를 계기로 관련사실들을 다룬 여타 언론사들의 보도도 홍걸씨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만큼 독자들에게 다시 정보를 종합 제공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