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이주일씨가 지난 92년 당시 국민당 국회의원 출마 번복 소동과 관련, 당시 여당인 민자당이 자신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SBS 프로그램에 강제로 출연시켰다고 주장해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는 한국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나의 이력서’ 32회 ‘SBS로 납치되다’(4월 30일자)에서 “92년 2월 17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순간 여당(민자당)이 나를 여의도 SBS 사옥으로 빼돌렸다. 그날 밤 10시 내가 출연한 SBS ‘뉴스 쇼’는 여당이 나를 출연시키기 위해 급조한 생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외압은 없었고 출마도 안합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어 “생방송이 끝난 후 아현동 친구집으로 끌려가 다음날 아침 방송예정인 SBS ‘출발 서울의 아침’ 제작팀과 인터뷰를 했다. 물론 ‘출마는 안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씨의 주장대로라면 SBS는 여당의 요청 또는 압력에 의해 이씨를 방송에 출연시키고 인터뷰를 한 셈이다.
이씨는 지난 92년 1월경 당시 정주영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은 뒤 경기 구리시 출마설이 나돌았으나 그해 2월 홍콩으로 돌연 출국해 외압 시비를 부른 바 있다. 그러나 닷새만인 2월 17일 귀국해 곧바로 SBS 방송에 출연, “외압은 없었으며 정치보다 연예쪽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주영 국민당 대표 등은 SBS 사옥 앞에서 ‘이씨를 돌려달라’며 항의농성을 벌였고 “정부 당국이 SBS와 사전에 모의, 이씨를 출연시키고 국민당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그 뒤 이씨는 그해 3월 경기 구리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며 홍콩으로의 출국과 돌연 귀국, 정치활동 포기 선언 번복 등의 배경과 외압설에 대해 “나중에 책으로 쓰겠다”고 밝혔었다.
그로부터 10년뒤 이씨가 공개한 외압 내용과 관련 SBS는 “강제 출연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92년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송도균 사장은 지난달 30일 비서실을 통해 “당시 SBS 아침 프로그램의 리포터였던 김모씨가 이씨를 보도국으로 데려왔는데 마침 그때 상황이 충분히 뉴스가 된다고 판단해 ‘뉴스 쇼’ 출연을 요청했고 이씨가 흔쾌히 수락해 출연시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비서실측은 이어 “‘뉴스 쇼’는 오후 10시에 정규편성된 프로그램으로 뉴스 인물들이 출연하는 코너였다. 급조된 방송이라는 것은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당시 정치부장이었던 류자효 라디오본부장도 “내 소관이 아니라 정확한 상황이 기억나지 않지만 강제 출연이 상식적으로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느냐”며 “정치적 문제 역시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씨는 자신의 출마 외압설과 관련 ‘나의 이력서’ 29회에서 “MBC 전무를 지낸 이수정 문공부 장관이 집으로 불러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사정했으며 ‘앞으로 MBC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줄 것이다. 독립 프로그램까지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는 ‘나의 이력서’ 28회 통일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 참석과 관련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참석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발기인 대회 이후 모든 언론이 내가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식으로 연일 대서특필했다. 이후 언론은 항상 나보다 한달 이상씩 앞서갔다”며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