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문을 읽었다’를 읽다보면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든다. 스포츠조선 출신의 저자 이승호 전 기자는 50년대부터 최근까지 보도된 신문기사들을 발췌 요약하면서 ‘그때’를 재연하고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교과서처럼 정리된 단행본들은 지나간 연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는 하지만 살은 발라내고 뼈만 앙상하게 남겨두기 일쑤”라며 “옛날 신문에는 사람들의 체온, 숨결, 땀이 고스란히 있다”고 말한다. 관련 사진과 저자의 ‘관전평’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오전 10시 광화문 네거리, 장발 단속 첫날인 16일 전국 경찰은 가두 삭발 등 대대적인 강제 단속을 펴는 대신 계몽과 권유 위주의 조용한 ‘장발추방운동’을 벌였다. (중략) 한편 단속에 앞서 많은 사람들은 머리가 별로 길지 않은데도 혹시 길가다 걸려 망신당하기 싫다면서 머리를 짧게 깎기도 했다.”(1976. 6. 16 동아일보)
△“집 없이 지내는 서울의 서민층에 많은 기대를 갖게 한 마포아파트는 지난 21일부터 입주 신청을 접수하고 있으나 신청자는 의외로 적다. 첫 이유는 임대료인 월세가 너무 비싼 것이다. 보증금은 최하 2만3000원에서 최고 5만2000원으로 분양주택에 비기면 싼 편이나 월세는 서민층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키 어려운 액수다. 온돌방이 없는 마룻방 가옥으로 완전히 입식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둘째 원인이다.”(1962. 11.23 한국일보)
△‘어느 소녀의 죽음, 아홉 살 된 아이 배에서 회충 1063마리, 장이 배배 꼬여 썩어버려’(1964. 6. 13 한국일보) “1063마리의 회충으로 목숨을 빼앗긴 한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농촌이면 어느 마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아홉 살이던 S양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전주 예수병원의 크레인 박사가 진찰했을 때 S양은 이미 반죽은 몸이었고 입으로 두어 마리의 회충을 토해놓은 뒤였다. 몇 시간 동안의 수술을 했더니 장에서 엄청나게도 5킬로그램이나 되는 회충이 나왔다.
반면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1974년 4월 3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중고생 등교가 빠르다’ ‘일반통근보다 1시간 10분 빨라’ ‘아침굶고 버스타기 전쟁. 맥빠져 공부하기도 싫증’.
△“문교부가 지시한 혼분식 장려를 대부분의 학교들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 많은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ㅈ여중의 경우 조회시간에 학생들의도시락을 일제히 검사, 잡곡을 50% 이상 섞지 않은 학생은 1주일 동안 실내 청소를 시키고 해당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 이행각서를 쓰게 하고 있으며 중구 옥수동 ㅈ여중에서도 이행이 안된 학생은 도덕 성적에 반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1976. 6. 12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