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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담긴 3판 경찰기자실 돌려

한겨레 단독보도 불발…'이희호씨 포스코 개입설'

박주선 기자  2002.05.08 13: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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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특종 취재를 하고도 실수로 기사를 유출해 단독 보도 기회를 놓쳤다. 특종 내용을 초판에 싣지 않고, 다음판부터 게재하기로 했던 ‘특종 지키기’ 전략이 3판 신문 유출로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해당 기사는 지난 6일자 1면 머릿기사로 실린 ‘유상부 포스코 회장 “이희호씨 부탁으로 홍걸씨 만나”’. 기사는 유병창 포스코 홍보담당 전무의 말을 인용해 “포스코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전에, 홍걸 씨가 어머니 이희호 씨의 주선으로 2000년 7월에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후 포스코는 2001년 4월에 계열사와 협력사 등 6곳을 동원해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당시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포스코의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 매입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홍걸 씨가 유상부 포스코 회장을 직접 만난 사실이 처음 확인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되는 뉴스였다. 그런데 야근을 도는 한겨레 사건기자가 5일 오후 10시 30분경 경찰서에 기사가 실린 3판 신문을 가져가면서 이 내용이 타사 기자들 에게 알려졌다.

해당 기자는 “원래 야근을 돌면 경찰서에 초판을 들고가 팀원들에게 나눠주는데 마침 5일 저녁엔 초판이 없어 막 나왔던 3판을 갖고 갔다”며 “초판을 보지 못해 3판에 특종이 실린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연히 경찰서에 있던 타사 기자들이 한겨레 특종 내용을 사내에 보고했고, 단독보도는 물건너가게 됐다.

해당 기자는 “선배들이 공들인 특종 기사를 빛바래게 해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6일자 대한매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조간신문에는 한겨레와 함께 “포스코 유회장·홍걸씨 재작년 면담“이라는 기사가 1면에 실렸다. 박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