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인가 오보인가. 김홍걸·최성규씨의 LA 골프회동 보도를 둘러싸고 진실 공방이 번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1일 홍걸·최씨의 골프 회동 사실을 단독 보도한 뒤 홍걸씨가 “최씨를 만난 적도, 골프를 친 적도 없다”며 해명하고 나선 가운데 2일 골프를 친 당사자라는 4명이 “우리는 홍걸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진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으로 판정을 내리기도 했으나 중앙일보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남아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란의 발단=중앙일보는 지난 1일 1면 ‘“홍걸씨·최성규 전 총경 LA서 만나 골프쳤다”’ 제하의 머릿기사에서 “최성규씨가 지난달 25일 LA 근교의 골프장에서 홍걸씨와 골프를 친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졌다”며 “당시 라운딩에는 무기거래업자 김모·최모씨가 동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본지 취재팀은 현지 무기거래업자 등에게서 제보받아 지난달 29일 팔로스버디스 골프클럽에서 직접 확인했다”며 골프장 매니저 제프리 영이 김홍걸씨와 최성규씨의 사진을 보고 각각 “이 사람이 팔로스버디스 거주자, 가장 높은 사람처럼 보였다” “비거주자 중의 한 사람” 등으로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일보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지난 2일 미주한국일보는 “지난달 25일 오후 1시 48분 팔로스버디스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고 사용료를 지불한 사람은 LA 남부 샌디에이고에서 운송업을 하는 김명훈씨로 확인됐다”고 보도, 진위 논란이 시작됐다. 김명훈씨는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김홍걸씨나 무기중개상과 어울려 골프를 친 것으로 오해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사실을 공개한다”며 골프장 사용료를 지불한 카드 영수증과 골프를 함께 친 3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이날 골프를 쳤다는 4명은 김명훈씨(운송업), 신종찬씨(부동산업), 댄김씨(운송업), 진길원씨(운송업) 등으로 중앙일보 보도와 달리 무기거래상은 없었다. 이에 따라 KBS와 연합뉴스 등은 2일 “김홍걸씨가 최 총경과 골프를 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는 사실 무근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3일 ‘미 동포 궁금증 남는 주장’ 기사에서 “골프클럽 매니저 제프리 영은 김홍걸·최성규씨의 사진을 보고 ‘당시 골프를 친 사람이 맞다’고 재차 밝혔다”며운전면허증 제시 여부, 신용카드 결제 회수 등 김명훈씨와 골프장 관계자 사이에 상반되는 주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운전면허증 확인 여부=김명훈씨는 “4명 일행 중 팔로스버디스 거주자는 한명도 없었으나 비용을 아끼기 위해 1명이 거주자라고 얘기했고 골프장 직원도 운전면허증을 확인하지 않고 할인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골프장 매니저 제프리 영은 중앙일보, 미주 한국일보 등 한국 취재진에게 “그들은 1개의 운전면허증을 보여줬고 거주자임을 확인한 뒤 할인된 사용료를 적용해줬다”고 재차 확인했다. 제프리 영은 또 홍걸·최씨의 사진을 보고 “이들이 맞다. 이들을 포함한 4명이 골프를 쳤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카드 결제 한번인가 두 번인가=김명훈씨는 한미은행(미국 교포계 은행) 비자카드로 한번에 결제했다고 밝혔으나 제프리 영은 “두개의 카드를 사용했다. 첫 번째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두 번째 카드가 됐다”고 말했다. 또 제프리 영은 ‘Korean Air’라는 글씨가 적힌 비자카드였다고 밝혔으나 김명훈씨가 공개한 카드에는 그런 글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직원들의 엇갈린 진술=팔로스버디스 골프클럽의 매니저 제프리 영과 부매니저 카일 쇼렌의 말도 엇갈리고 있다. 신종찬씨와 카일 쇼렌이 지난 4일 대면해 서로를 알아본 뒤 연합뉴스가 지난 5일 카일 쇼렌과 시도한 전화인터뷰에 따르면 신종찬씨에 대해서는 “한사람이 늦게 올테니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 기억한다”고 했으며 늦게 합류한 진길원씨에 대해서도 “키가 작아보였다”고 기억했다. 또 사용료를 지불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M.H.KIM이었으며 푸른색 비자카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일 쇼렌은 골프를 쳤다고 주장하는 3명(김명훈, 신종찬, 진길원씨)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반면 제프리 영은 “신씨는 기억나지 않는다” “홍걸씨와 최성규씨가 맞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신씨는 미주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프로숍(골프용품 판매점)에 들어갔을 땐 제프리 영이 아닌 다른 젊은 직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25일 홍걸씨 어디 있었나=골프회동이 있었다던 지난달 25일 홍걸씨의 행방에 대한 김병창씨와 중앙일보의 말도 엇갈리고 있다. 홍걸씨의 먼 외가 친척 김병창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홍걸씨와집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고 밝혔으나 중앙일보는 “25일 낮 김병창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에서 본사 LA지사 김성태 기자를 만나고 있었으며 최소한 오후 3시까지 귀가하지 않았다”며 ‘거짓해명’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김병창씨는 “낮 12시 반에 찾아온 김성태 기자를 만난 뒤 오후 1시 넘어 5분 거리에 있는 집으로 가 홍걸씨와 식사를 한 다음 몇 시간 후에 다시 가게로 갔다”며 중앙일보가 ‘거짓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 “계속 확인 중”=중앙일보는 지난달 말 홍걸씨와 최성규씨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사회부 이무영 기자를 미국으로 보낸 뒤 LA 지사로 접수된 골프회동 제보를 접하고 취재에 나서 지난 1일 ‘골프회동’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보도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갖가지 엇갈리는 주장이 증폭되면서 지난 2일 사회부 기자 1명을 추가로 현지에 급파했다.
이덕녕 사회부장은 “홍걸씨와 김병창씨의 점심식사 주장은 100% 거짓말”이라며 “우리 기자가 이날 오후 김병창씨를 만난 뒤 김씨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홍걸씨가 골프를 쳤다고 보는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어 “김명훈씨가 골프장 직원과의 대면을 계속 거부하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남아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하고 있다”며 “만일 우리 보도가 오보로 밝혀진다면 정정하는 건 기본이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