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조 지면개선위원회가 지난 2일자 소식지에서 최근 한겨레 보도에 대해 비판 기능이 무뎌지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다음은 지개위 소식지 내용.
△설훈의원 폭로=설훈 의원이 지난달 25일 “‘최규선 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측근인 윤여준 의원에게 2억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폭로의 증거물인 녹음 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힌 데 대해 한겨레는 26일자 1면에 ‘녹음 테이프 확보 못했지만, 이회창씨 금품 의혹은 확신’이라고 실었다. ‘이회창씨 금품 의혹 확신’이란 제목이 주제목에 달렸어야 하는가. 설익은 폭로를 한 설 의원에 대한 기자회견 치고는 너무 관대하다. ‘설훈, 테이프·증인 못내놔(조선)’ ‘설훈 의원 증거 못대(중앙)’ ‘녹음 테이프 확보 못해(동아)’ 등에 비해서도 큰 차이가 난다. 5면 해설기사 역시 뚜렷한 물증도 제시 못하는 설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서간 ‘신민주연합론’=노무현 씨가 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것을 다룬 5월 1일자 1면 기사 ‘민주·개혁연합 공감’이라는 기사는 너무 앞서갔다. “두 사람은 민주화 개혁 세력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근거로 ‘(…) 공감’이라는 주제목을 뽑은 것이다. 부제목인 ‘노무현 후보, 김 전 대통령 방문…정국 현안 의견 교환’이 주제목으로 적절했다. 노씨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내용이 무엇이고, 개혁의 내용은 무엇인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노씨가 자신의 이념과 정책을 좀더 분명히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신민주연합의 실체는 이에 따라 규정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의 보도 태도가 너무 앞서가는 것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조중동에 대한 즉자적 반명제=최성규 전 총경의 뉴욕 케네디공항 입국 과정을 설명한 미국대사관의 해명이 27일자 1면 머릿기사로 실렸다. 최 전 총경의 입국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도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다. 미국대사관의 해명은 최 전 총경의 입국을 둘러싼 무수한 논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어떻게 미국대사관의 해명이 1면 머릿기사가 될 수 있는가. 이는 조중동이 쏟아내는 추측성 ‘설’들을 견제한다는 의욕이 앞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조중동에 대한 즉자적 반명제로 지면을 꾸민 결과라는 얘기다. 전날자 4면 ‘최성규 미 입국 의혹, 영장 늦어오해 증폭’이란 제목의 기사 역시 외교부의 해명을 전달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