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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성적 따라 낯 뜨거운 '조변석개'

김동원 기자  2002.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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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떠나라”서 ‘수호천사’로

16강 진출에만 모든 시선 집중

구장 활용방안 등엔 관심 없어





일희일비(一喜一悲)에 갈지(之)자 행보.

월드컵 대표팀 관련 보도에 대한 문제 지적이다.

올해 들어 골드컵과 유럽 전지훈련 등에서 거둔 국가대표팀 성적을 두고 언론은 ‘흐림과 갬’을 반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히딩크 감독에 대한 보도 태도다.

지난달 핀란드에 이어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하자 언론은 그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3일 ‘히딩크의 Think Soccer 이제 빛/월드컵 16강행 희망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히딩크는 감독 한 명의 역량에 따라 팀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고 추켜세웠다. 한국일보는 지난 1일자 ‘희망의 조련사 히딩크 “내이름에 건다…두고봐라”’에서 지난해와 올해 초 부진했던 대표팀 성적을 지적하면서도 “히딩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독답게 선수와 코칭 스태프의 장단점을 완벽히 파악, 팀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여 전만해도 사정은 180도 달랐다. 지난 2월 초 골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저조하자 ‘감독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이달 5일 ‘위기의 히딩크호 (1)감독 회의론’ 기사에서 “북중미 골드컵에서 어이없는 경기력으로 참패를 당하면서 ‘과연 히딩크는 한국축구에 무엇인가’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역시 지난 3월 15일 ‘한국축구는 언제 포효하나’ 기사에서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월드컵이 시작되는 6월초에는 체력과 전술적 조직력이 완성단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대표팀이 13일 밤 튀니지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이 같은 의문이 축구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그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두 달 사이에 히딩크는 한국 언론에 의해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했다.



경기 결과 따라 일희일비

히딩크 감독 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의 전력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하자 ‘히딩크호 확실히 세졌다’(국민), ‘한국 16강 희망을 보았다’(대한매일), ‘월드컵 16강 희망 번쩍’(세계), ‘공격 업그레이드 히딩크호 16강 버전’(중앙) 등의 제목을 달아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두달여전 골드컵에서 성적이 좋지 않자 ‘위기’ 또는 ‘긴급점검’의 이름을 달아국가대표팀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연재물을 앞다퉈 쏟아내던 언론이었다. 언론에겐 당시 “월드컵으로 가는 준비과정의 하나로 삼겠다”는 히딩크의 언급은 귓등에도 없었다.

언론은 그의 체력훈련이 전력을 저하시킨다고 문제 삼았고 히딩크 감독이 23명의 주전 선수 명단을 서둘러 확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핀란드와 코스타리카와의 경기를 거치면서 이런 문제 제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히딩크의 흑인여자 친구에 대한 보도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언론의 태도에 대한 코리아타임스의 축구담당 오은 스위니 기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뼈아프다.

“한국팀의 저조한 경기내용이 많은 한국언론이 믿는 것처럼 히딩크가 흑인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게으른 언론과 기자들의 속성은 철저한 기준에 근거해 평가하기 보다 문제를 쉽게 지적하려는 경향이 있다.”(한국일보 2월 7일자)

한 신문사의 축구담당 기자는 “매 경기 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언론의 보도태도에 월드컵 팀 관계자들도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실제 “대부분 신문의 경기 결과에 대한 평가가 천편일률적이다. 마치 가판 신문을 보고 입을 맞춘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월드컵 보도는 16강뿐?

언론의 문제는 월드컵 보도가 ‘16강 진출’ 문제에 편중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그 밖의 사항은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대표팀의 훈련상황과 전력 분석이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지면에 오르고 있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동정이 곁들여지고 경쟁국 대표팀의 전력분석 등이 이어진다.

이런 사정과 관련해 지난달 11일 기자협회가 주관한 체육·축구담당 기자 세미나에서 이태영 명지대 객원교수는 “한국의 16강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너무 희망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거나 여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기에서의 좌절이 월드컵 분위기를 크게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매달 30억여원의 관리비 지출이 예상되는 월드컵 각 구장을 대회 이후 어떻게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 체육담당 기자는 “비싼 관리비를 충당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월드컵 대회 이후에 축구장 활용 방안 등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wo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