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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 기약없는 이별…취재기자도 함께 울었다

서현진 코리아헤럴드 기자 '눈물' 화제

서정은 기자  2002.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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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금강산 여관 앞. 50여년만에 만난 남편과 작별하며 오열하는 정귀업 할머니의 모습은 온 국민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그런데 이날 현장에서 정 할머니를 취재하던 한 기자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슬픈 감정을 억누르며 취재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 사진공동취재단의 카메라에 포착, 잔잔한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코리아헤럴드 정치부 서현진 기자. 상봉 마지막 날, “남측 가족은 차에 타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금강산 여관 앞은 기약없는 헤어짐에 눈물 바다가 됐다. “언제 만나냐” “살아 있어라”며 안타까운 말들이 오갔고 이를 취재하던 서 기자도 끝내 눈물을 흘렸다.

“긴 그리움, 짧은 만남, 그리고 다시 긴 이별을 해야 하는 이산가족들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말도 안되는 이별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서 기자의 ‘눈물’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진이 감동적이었다”는 이야기부터 “눈물을 감추고 취재했어야지, 그게 기자 정신이야”라는 데스크의 농담섞인 충고도 들었다.

정귀업 할머니와의 만남 역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서 기자는 지난달 29일 밤 해금강 호텔 숙소에서 정 할머니를 만나 40여분간 이야기를 나눴고, 다음날 작별 상봉에서도 정 할머니를 취재하게 됐다. 기약없는 헤어짐에 눈물을 흘리던 정 할머니가 어느 순간 서 기자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말을 건넸다. “어제 그렇게 적고도 또 적을 게 있어? 그래 백자, 천자라도 적어.”

서 기자는 “이산 가족들이 짧은 만남의 시간 동안 가슴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기자가 취재하면서 그들의 대화를 방해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이 됐다”며 “내가 해야 할 역할, 맡은 역할인데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 기자는 2000년 코리아헤럴드에 입사해 해외부를 거쳐 정치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이 첫 방북 취재였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