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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기자실 탈퇴 유감

홍정표 기자  2002.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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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경인일보 정치부 차장







한국기자협회 인천·경기협회는 지난 2월 운영위원회를 열어 6개 회원사 기자들의 기자실 일괄 탈퇴를 결의했다. 실천방안으로 경기도청기자실과 도내 시·군기자실을 우선 대상으로 정해 2월말까지 소속 기자들을 탈퇴하도록 할 것을 각 소속사에 권고하기로 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왜 인천·경기협회가 앞장서 괜한 짓을 하느냐, 너희만 깨끗하냐”는 냉소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협회의 입장은 분명하고도 당당했다. 본래의 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나 꼬이고 뒤틀려진 ‘기자실 문화’의 잘못된 관행을 깨기 위해서는 ‘탈퇴’라는 극단적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도내 시·군에서는 기사실 또는 ‘기자단’이란 이름 아래 광고를 나누는 것이 일반화됐고, 심지어 단독기사까지 못쓰게 하는 사례도 있다. 특종을 쓴 기자는 종종 기자실에 괜한 분란만 일으키는 ‘문제아’로 낙인찍히곤 한다. 취재대상기관의 특정인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집단으로 ‘조지고’, 그것도 모자라 바보로 만들기도 한다.

기자실의 ‘나눠먹기’ 관행이 수도권에 15개 지방신문이 난립하게 된 원인이 됐다는 견해가 많다. “기자실을 없애라”는 구호는 도내 언론관련 시민단체와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단골 메뉴다.

공연한 시비에 휘말리는 우를 피하려 더 이상의 구체적 사례는 열거하지 않으려 한다. 협회가 기자실을 탈퇴하기로 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도교육청 기자실은 현재 브리핑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완전한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기자실’이라는 명칭은 없어졌다. 기자단이라는 낯익은 이름도 사라졌다. 출입기자 여럿이 교육청 사람들과 식사하는 일도 확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내 여타 기자실은 전과 같은 구태가 계속되고 있다. 협회 소속사 일부 기자들의 경우 기자실 출입을 삼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자실은 비협회사를 중심으로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 이제는 기자실을 떠났던 기자들도 슬금슬금 들락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몇 명 안들어온다고 기자실이 깨지느냐, 너희들만 손해 아니냐”는 역공이 거세지고 있다.

왜 이런가. 기자들의 기득권 껴안기와 괜한 시비를 피하려는 취재대상기관들의 어정쩡한 태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협회의 분석이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나 돌파구는 없어 보인다. 협회도 난감하다는 표정이다.도내에는 며칠 전 K모 신문이 또 창간됐다. 이 신문 기자들도 얼마 뒤면 기자실의 한 자리를 차고앉아 “내 몫 달라”고 할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