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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철회 그날까지…

조광노조 상경투쟁 50일 넘겨

김상철 기자  2002.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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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일주일에 한번 보니까 오히려 새롭다고 합니다. 내려가면 언제 올라가냐고 먼저 묻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위장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조선일보 근처 서울시의회와 조선일보 광화문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인지 8주째. 지난 3월 18일부터 시작한 상경투쟁이 50일을 훌쩍 넘겼다. 언론노조 조광출판인쇄 지부(지부장 정영환) 12명의 조합원 얘기다. 금요일 오후 광주로 내려갔다가 월요일에 올라오는 ‘주말가족’ 생활도 언제 끝날 지 기약이 없다.

회사는 예정대로 3월 31일 광주공장을 폐쇄하고 조합원들을 정리해고 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에서 인쇄비 과다 지출에 따른 내부자 거래를 이유로 조선일보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인쇄비가 절반으로 줄어 매월 적자에 시달려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실직자가 된 12명의 조합원들은 지난달 말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이재흥 조합원은 “회사에서 4월 12일자로 퇴직금을 지급했는데 ‘생계수단으로 받는 것이지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사측에 전했다”며 “무엇보다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게 미안하지만 퇴직금을 다 까먹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조합원은 “4살 짜리 막내 딸아이는 ‘아빠만 서울 올라간다’고 삐지곤 한다”면서 “‘꼭 이기고 오라’는 부인 말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지난 92년 4월 준공한 조선일보 광주공장은 서울지역 일간지가 광주에 세운 최초의 분공장이자 조선일보의 지방공장 중 처음 설립된 곳이었다. 이같은 화려한 출범의 이면에서 조합원들은 지난 99년 노조 출범 이후에야 주 44시간 근무, 야간근로수당 지급 등에 합의했을 정도로 열악한 근무여건에 시달려왔다.

사측의 폐업 조치에 대해서도 지부는 “무노조 회사로 재출범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위장폐업 철회, 조합원 전원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상경투쟁 5주째를 맞으면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자택과 국회 등으로 홍보 활동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정영환 지부장은 “지난 4월 회사에서 대화 재개 입장을 밝혔으나 일부 조합원의 전직을 제안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방 사장 집 앞 천막농성 등 보다 강도 높은 투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