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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적 신문이 조·중·동 공격"

김대중 조선 편집인 IPI발언 파문

김상철 기자  2002.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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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주·광고주 압박 정부 압력 비하면 거의 미미

이현락 동아 편집인 사임‘스캔들 연루’ 정부주장 때문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에 참석,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언급한 김대중 조선일보 편집인의 발언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편집인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언론사주와 광고주들의 압박은 정부 압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동아일보 편집인은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정부 주장 때문에 사임했다”고 주장했다. 또 “좌파적인 언론이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공격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발언전문 3면>

김 편집인은 IPI의 초청을 받아 이번 총회행사 가운데 민간언론(private media)의 편집권 독립을 주제로 한 토론의 패널로 참석했다.

김 편집인은 이 자리에서 “언론자유 수호는 모든 언론종사자들의 정신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의 언론상황과 관련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부 의도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는 민간언론은 없다. 각 언론사의 저항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사주와 광고주들에게서 받는 압박은 정부 압력에 비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편집인의 연설문은 IPI 홈페이지(www.freemedia.at)에 공개돼 있다.

김 편집인의 이같은 주장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언론재단이 전국의 기자 78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7월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편집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광고주 압력’(4.08)과 ‘사주 경영진의 간섭과 통제’(4.05)를 첫손에 꼽았다. 그 다음이 ‘정부의 간섭과 통제’(3.74) ‘편집간부들의 자의적인 편집방침’(3.71) 등이었다. 이 조사는 ‘매우 저해한다’를 5점, ‘전혀 저해하지 않는다’를 1점으로 두고 평균치를 산출한 수치였다.

김 편집인은 정부가 언론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 사례로 △동아일보 편집인(이현락 전 편집인)이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정부 주장 때문에 사임했으며 △지난해 세무조사에 따른 언론탄압 당시 상당수 여당 의원들과 몇몇 진보적인 NGO가 언론사 소유지분을 30%로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당시 이현락 동아일보 편집인은 관련 보도에 앞서 지난 6일 사표를 제출했으며, 이 편집인의 혐의에 대한 검찰 발표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편집인은 사표를 제출하며 “정당한 절차를 거쳤고 특혜라고 볼 수 없지만 언론사 간부로서 집이 있는데 또 분양을 받은 것은 처신에 문제가 있고, 동아일보 운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기간행물법 개정안과 관련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지난 2월 ‘화해와 전진 포럼’ ‘정치개혁 의원모임’ 등 여야 의원 27명이 마련해 심재권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편집권 독립과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소유지분 제한 규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김 편집인은 이밖에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는 어느 한 신문사를 국유화하겠다고 말했으나 나중에는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조선일보가 자신에 대해 왜곡된 보도를 했다면서 조선일보를 상대로 격렬한 투쟁을 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며 “이는 민간 신문사가 집권당에 협력하지 않고 정부의 보건의료, 교육,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줄곧 비판을 가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언론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어 서로 상대방을 헐뜯는다. 이는 언론사의 이념적 입장에 관한 싸움”이라며 “예컨대,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좌파적인 신문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 후보측의 남영진 언론특보는 “애초 그같은 발언이 없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 국유화 발언을 전제하고 입장을 밝힌 것은 또다른 사실 왜곡”이라며 “국제단체의 회의석상에서 명확한 진위 확인 없이 그같이 발언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스펙트럼을 보면 좌파적이라고 할만한 언론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김 편집인의 시각이 얼마나 우경화되어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오후 귀국한 김 편집인은 연설 취지 등을 묻는 본보 질의에 “연설문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사장실 관계자를 통해 전해 왔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