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비공개인 영장실질심사 과정을 몰래 녹음하기 위해 법정에 녹음기를 설치한 문화일보에 대해 출입기자 교체를 요구했다. 법원은 해당기자가 사과했고 처음 있는 일이어서 출입기자 교체 선에서 넘어가지만 재발 시에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화일보는 지난 3일 진승현 씨로부터 금감원 조사무마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법정 안에 녹음기를 설치했다. 문화일보 서울지법 출입기자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지법 영장전담 황한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권노갑 전 고문측 변호인과 검찰측 관계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 등이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 틈을 타 법정 안에 녹음기를 두고 나갔다. 그러나 이 기자가 들어왔다 나간 것을 이상하게 여긴 법정 경위에게 사전에 녹음기가 발견돼 심리 내용은 녹음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일보 기자는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후 녹음기를 찾으러 갔다가 적발된 사실을 알고 법원 측에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법은 이와 관련 지난 6일 문화일보에 항의 공문을 보내고 해당기자의 법원 출입 중지 및 출입기자 교체를 요청하고 나섰다. 또 해당기자로부터는 녹음기를 설치하게 된 경위서를 받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서울지법은 자체 회의를 통해 “기자들이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되던 영장실질심사를 귀대고 들은 것까지는 눈감아줬으나 법정 안에 녹음기까지 설치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하기로 입장을 정하고 감사계에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법 감사계의 한 관계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 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3조에 위반되는 것으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재판과정은 공개하지만 영장실질심사의 경우 형사소송규칙 96조의 14(심문의 비공개) “피의자에 대한 심문 절차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 조용 사회부장은 “잘못은 있지만 영리 목적이 아니고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취재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취지를 법원 측에 설명했다. 또 실제 녹음을 하지도 못한 만큼 정상 참작을 요청했다”며 “해당기자의법원 출입은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당기자는 “취재 욕심 때문에 녹음기를 설치하게 됐다”며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