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상 의무 규정인 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않아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SBS와 전주방송이 다시 지방검찰청의 재수사를 받게 됐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항고에서 고검이 ‘재기 수사’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고검과 광주고검은 지난 2일과 8일 언개연이 SBS(사장 송도균)와 전주방송(사장 백낙천)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항고한 것과 관련 “재기수사를 명하고 기록은 원심청(서울지검, 전주지검)으로 송부한다”고 밝혔다. 방송법에 편성규약 제정 시기에 대한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지검의 결정에 대해 고검이 재기 수사를 명령한 것은 제정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 해도 미제정 방송사의 법률 위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언개연측 소송 대리인 안상운 변호사는 “이번 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은 편성규약 미제정 방송사에 방송법 위반 혐의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지검의 무혐의 처분은 잘못됐으니 다시 수사해 기소 여부를 적극 검토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이어 “방송사를 지도·감독해야 할 방송위원회가 법 시행 2년이 넘도록 방치했던 사안을 시민단체가 법으로 고발해 성과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앞서 전주지검 인천지검 서울지검은 지난해 말 “방송사업자는 방송 편성규약 제정 및 공표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지만 제정 시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며 전주방송 경인방송 SBS에 대해 각각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결정대로라면 10년, 20년이 지나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법 시행 2년이 다 돼가도록 편성규약 제정 의무를 지키지 않았는데 단지 법에 기한이 없다는 이유로 죄가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 지난 1월 항고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인천방송의 경우 항고 이후 편성규약을 제정함에 따라 언개연이 지난 4월 고발을 취소했다. 따라서 현재 33개 방송사업자 가운데 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않은 방송사는 SBS와 전주방송 2곳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