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분당 파크뷰 아파트 분양과 관련 사표를 제출한 이현락 편집인 겸 전무의 사표를 수리했다. 후임 편집인은 김학준 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이 겸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94년 편집국장의 자리에 오른 이후 신문본부장, 주필, 편집인 등 요직을 거치며 10여 년간 동아일보 지면 제작 및 인사에 실질적 영향을 미쳐왔던 이 편집인 시대는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 편집인의 사표 수리 여부는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실제 편집국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이 편집인의 사표를 반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면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파크뷰 아파트 분양의 경우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뿐 아니라, 그동안 동아일보가 지면을 통해 강조해왔던 도덕성이 상당히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이 편집인의 사표가 수리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동아일보 안팎에서는 앞으로 동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의 동아일보 논조를 이끌어온 이 편집인의 퇴진이 동아일보 지면방향에 일정 정도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이 편집인은 현재의 동아일보 논조를 만들어온 장본인이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사람이 바뀌는 데 영향이 없겠느냐”며 지면제작에 일정 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자는 특히 “최근 경영진의 지면 간섭 논란 등으로 리뷰회의(매일 가판 신문이 나온 후 편집국장과 이사진들이 하는 점검회의)가 없어지기는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편집인은 실제 지면 제작에 상당한 간여를 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별다른 변화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한 중견기자는 “예년과 비교할 때 최근 이 편집인의 영향력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실제 주필직에서 물러난 이후부터는 신문 실무제작에 직접적으로 간여하지 않았다”며 “현재의 동아일보 논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현재의 동아일보 지면 방향은 이 편집인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봐야한다”며 “결국 김병관 전 명예회장의 생각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