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김정배 고려대 총장의 세금 대납과 재단이사회와 교수협의회의 ‘한 지붕 두 총장’ 선임 문제 등 최근 ‘고려대 사태’와 관련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가 고려대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병관 전 명예회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려대 사태’와 관련한 동아의 이같은 침묵은 지난 3월 6일 사회면 전면을 털어 ‘고려대 중앙광장 완공’ 기사를 게재했던 것이나,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의 사외이사 겸임 문제 등과 관련 “처신에 문제가 있다”며 비중 있게 보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9일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는 ‘고대총장 소득·주민세 학교대납 물의’(경향) ‘고대 총장 소득세 5년째 학교서 대납’(중앙) 등의 제목으로 “김정배 총장의 소득세와 주민세 4777만원을 학교가 대신 납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이와 관련 고려대 교수 등의 말을 인용, “고소득층인 대학 총장의 세금을 학교측이 대납한 것은 경위를 떠나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밝혔다.
재단이사회가 교수협의회를 배제한 채 현 김정배 총장을 재선임한 것에 반발, 교수협의회가 지난 10일 독자적으로 이필상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들은 지난 11일자에 ‘두 총장을 둔 고려대’라는 제목 등으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동안 교수협의회가 추천한 후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선임하던 재단이사회가 교수협의회 추천 인사를 배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향신문 등은 지난 14일자에 ‘고려대총장 판공비 축소발표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김 총장의 판공비가 학교측에서 주장한 6400만원보다 많은 1억여원에 이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최근 고려대와 관련한 문제를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중앙언론사 가운데 동아일보를 제외하고 김 총장의 세금 대납 관련 기사를 게재하지 않은 언론사는 조선일보가 유일하다.
고려대를 출입하고 있는 동아일보 기자는 “세금 대납 관련 기사와 총장 선출 문제 모두 기사를 출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순택 사회부장은 “보기에 따라 기사가 될 수 있고 안될 수도 있다. 세금을 원천적으로 안낸 것이 아니라 총장 공관이없어 대납한 것이라는 학교측의 해명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뺐다”고 말했다. 총장 선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회부에서는 넘겼으나 편집과정에서 빠졌다”며 “출고하는 기사 중 지면사정에 따라 빠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서울대 이기준 총장의 사외이사 겸직 문제와 판공비 과다지출 문제 등에 대해서는 ‘서울대 총장의 적절치 못한 처신’(3월 19일자 사설), ‘서울대 총장의 도덕 불감증’(5월 4일자 기자의 눈) 등의 제목으로 사회면 기사 뿐 아니라 사설과 칼럼까지 게재해 김정배 고려대 총장 보도와는 차이를 보였다. 박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