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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신문'은 되지 않겠다"

[인터뷰] 김선출 '다른신문' 창간준비위원장

박주선 기자  2002.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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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광주매일 기자 중심… ‘우리사주’ 최대주주

시민과 함께 대안 모색하는 ‘열린저널리즘’ 구현





지난 11일 오후 전남도교육청 연수원 운동장에는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파란 셔츠를 맞춰 입은 시민단체 참가자들 속에서 김선출 ‘다른신문’ 창간추진준비위원장을 찾았다.

“다른신문도 알리고, 다른신문의 주주이기도 한 시민단체와 함께 하려고 왔습니다.”

오는 24일 광주에는 타블로이드 40면의 종합주간지 ‘다른신문’이 창간된다. 지난해 9월 광주에서는 유례가 드문 언론사 파업을 벌이며 언론개혁을 외쳤던 광주매일 기자들이 중심이 됐다. 파업 이후 회사측이 단행한 폐업에 맞서 독립언론 건설을 준비한 지 7개월여 만이다.

“기존 신문과는 다른, 대안언론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광주에는 9개 지방일간지가 있지만 모두 서민대중들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자본가와 언론종사자가 자기들만의 신문을 만드는 것이죠. 다른신문은 서민대중과의 연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소통’과 ‘연대’를 통해서 만들어낸 대안과 그 속에서 찾는 희망’이 다른신문이 추구하는 목표다. 김 위원장은 “‘다른신문’이 또하나의 신문이 아닌 ‘다른’ 신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자본금 3억원의 다른신문은 우리사주조합이 지분 51%를 갖고, 주주 1인의 소유지분을 30%로 제한하면서 ‘공익적 소유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가량 광주매일 기자들이 퇴직금을 부었다. 시도민, 시민사회단체 등 10만원 이상 소액출자자도 현재 300명을 넘어섰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편집권 독립, 자립 투명경영 실현,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열린 저널리즘’ 표방도 ‘다른신문’의 청사진이다. 김 위원장은 “서민대중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겠다. 지역의 이슈를 쫓아 대안까지 모색하고, 기존 언론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면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간호 표지 전면에 남광주시장에서 야채를 팔아 9남매를 키운 정말례 할머니(71)의 사진을 싣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터넷사이트(www.darnnews.com)를 통한 시민들의 참여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누구나 시민기자로 참여할 수 있고, 다른신문 편집회의에서 채택된 시민기자의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기로 했다. 또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위해뜻있는 사람들의 구독, 소액광고 게재 등 후원을 장려하고, 문화사업 개최, 시민단체 등의 홍보물 제작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언론노동자로서 노동의 실현을 통해 보람을 얻지 못하고, 사주의 바람막이로 비참한 삶을 살았다. 제대로 된 신문을 얼마나 갈망했는지 모른다. 다른신문 창간은 광주매일 기자들의 언론개혁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가다가 한계에 부딪혀 쓰러지더라도 창간정신을 훼손할 수 있는 자본과는 손을 잡지 않기로 기자들과 결의했다”고 한다. ‘다른신문’이 진정 ‘다른’ 신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