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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채널' 자꾸 닫히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수정 거부에 '편성불가'

서정은 기자  2002.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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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채널인가, 닫힌 채널인가”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인 KBS 1TV ‘열린채널’이 진보네트워크가 신청한 영상물의 ‘편성 불가’를 결정해 제작진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청자의 방송접근권을 보장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이번 결정으로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이하 KBS 운영협)는 진보네트워크가 지난 1월 방송 신청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해 △비속어 사용 삭제 △행자부 공무원의 출연 동의 확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장면 삭제 △제목 중 ‘찢어라’ 부분의 순화 등을 두차례에 걸쳐 요구했으나 제작진이 일부만 수용하자 지난 4월 ‘편성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장면은 지문날인 제도의 태생과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고 △‘찢어라’라는 제목은 지문날인 제도를 비판하는 의도이기 때문에 수정할 수 없다”며 지난 8일 KBS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진 데 이어 KBS 시청자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진보네트워크측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언론인권센터 등과 연계해 행정소송을 낸다는 방침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민사회단체협의회도 8일 성명을 내고 “진보네트워크와 제작진이 수정요구 사항 중 일부를 수용하고, 제작 의도와 배치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법적 소견을 첨부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KBS 운영협이 편성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KBS 운영협이 경직된 잣대로 방송심의규정을 적용하려 한다면 제작자들에게 검열기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오는 16일 KBS 앞에서 편성 불가 결정의 재고를 요구하는 항의피켓 시위를 열 예정이다.

‘열린채널’을 담당하는 KBS 시청자프로그램관리부 한 관계자는 “KBS 운영협 위원들이 방송심의규정 등을 참작해 내용 수정을 요구했으나 제작자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 ‘편성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그러나 제작자가 수정 요구 사항을 받아들인다면 언제든지 재심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지난 1968년 도입된 지문날인 및 주민등록제도를 비판적으로 접근한 28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