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지에 하얀 블라우스, 빨간 나비넥타이. 흥겨운 라틴음악에 몸을 싣는다. 스트레스를 날린다. 권재룡 대한매일 경제편집팀 차장은 3년째 댄스스포츠에 푹 빠져있다. 기자라는 직업에서나 마흔 여섯의 나이에서나, 그리 흔한 취미는 아니다.
“아직도 춤을 춘다고 하면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두운 조명 아래, 남몰래 추는 사교댄스를 떠올리는 거죠. 댄스스포츠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운동이에요. 한곡 추고 나면 온몸에 땀이 쭉 흘러요.”
시작은 99년 가을이었다. 야근 다음날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 우연히 댄스스포츠 학원을 보고 구경삼아 들어갔던 게 계기가 됐다. 그 때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새벽 6시에 학원으로 나갔다. 이론공부도 하고, 회사 점심 시간이나 집에서 쉴 때나 틈틈이 기본기를 익혔다. 그리고 일년 후, “더 이상 학원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선수’가 됐다.
“춤이라곤 막춤밖에 몰랐어요. 처음엔 몸이 뻣뻣하다고 야단도 많이 맞았죠. 그러다 어느 순간 ‘아!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기본기만 열심히 익히면 잘 출 수 있어요.”
친구들과 시골로 낚시를 하러 갔던 밤, 저수지 재방둑에서 혼자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뻣뻣하기만 하던 상체와 허리가 말을 듣기 시작했다. 춤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이었다. 그 때부터 실력이 급속도로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모대학 평생교육원에 시범 조교로 나가기도 했다.
“다른 운동과 달리 댄스스포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과정이 재미있다는 게 매력이에요. 그래서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점점 실력이 늘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몸도 건강해졌어요. 스트레스요? 음악을 들으면서 춤추다 보면 자연히 풀리죠.”
학원을 그만둔 뒤로는 인터넷 동호회원들과 매주 일요일 일산 화정역 근처에서 발레 학원을 빌려 춤을 추고 있다. 쉬는 날이면 홍대앞 클럽댄스장도 종종 찾는다.
영화 ‘쉘위댄스’의 화려한 복장을 한 남녀 주인공이 추는 모던댄스보다는 라틴댄스나 클럽댄스가 즐겨 추는 춤이다. 내년에는 댄스스포츠 대회에도 정식으로 나가볼 생각이다.
“동료들에게 정말 권하고 싶어요. 처음에 발들여 놓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시작만 해보세요. 건강도 찾고, 젊게 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