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칼럼] 또 터진 언론비리

임병식 기자  2002.05.15 13:42:24

기사프린트

임병식 전북도민일보 사회부 차장대우



또 터졌다. 다름 아닌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비리의혹에 언론인이 예외 없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지난해 주식 비리에 이은 후속편이다. 아직은 단정짓기에 섣부른 일면이 있다.

그러나 잇따른 권력형 비리에 언론인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대다수 기자에게 자괴감을 주고 있다. 특히 박봉에도 힘겹게 버텨 나가는 지방 언론인이 느끼는 상실감은 자못 크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방언론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언론이 생산하는 권력형 비리는 정도를 넘어서 구조적인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권언유착은 역사를 왜곡하는 심각한 범죄나 다름없다. 기자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사관의 그릇된 사고는 그 시대의 정신까지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직업보다 높은 윤리를 요구한다.

언제부터 언론이 권력의 한 모퉁이로 자리 잡았는지 의문이다. 제4부는 언론인이 지닌 힘을 말하기보다는 그만한 위치에서 견제하라는 ‘힘의 균형’을 의미한다.

하지만 권력에 편입하려는 몸부림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소명의식을 저버린 채 무기력한 직장인으로 추락, 여느 비리 연루자와 다를 바 없는 추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없이 높아만 가는 가치관 혼돈이 문제다.

스스로와 후배에게 주문처럼 되뇌는 말이 있다. “기자는 계급이 아니다.” 취재원을 존중하고 인정할 때 바른 취재가 가능하며, 정보 접근도 자연스럽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역설적으로 그 만큼 주변에 기자를 상류 계급으로 오인하는 동료가 많다는 뜻이다. 나 역시 스스로의 경계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의문이다. 많은 것을 잊고, 또 잃어 가고 있다는 반성이 앞선다.

최근 직장공무원협의회 출범 이후 기자실이 타깃으로 떠올랐다. 물론 그들의 주장을 전면 수긍할 수는 없지만 왜, 언론이 청산의 대상으로 주목받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이권에 개입하고, 취재원을 부하 직원 다루듯 하는 기자를 통해 그들은 언론을 ‘사회의 목탁’이 아닌 ‘청산의 잔재’로 느낀 것은 아닌가 싶다..

논어에 나오는 수기안인(修己安人)은 “나를 다스려 남을 편안케 하라. 또는 남을 변하게 하려면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자가 변해야 언론이 변한다. 기자가 살아야 역사가 산다는 자긍심이 새삼스럽다. 기자가 직장인인지, 언론인인지 되씹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