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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역사'가 사라진다

지역방송 자료보관 부실…원본테이프 재활용하기도

서정은 기자  2002.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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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70∼80년대 방송자료를 찾았는데 거의 없었다. 지금도 중요한 자료만 뽑아서 보관하고 테이프를 재활용한다.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 방송사의 부실한 자료 보관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재원본은 물론 방송본 조차도 장기 보관이 안되고 있는데다 자료를 관리할 전담 요원이 없고 자료실 공간도 턱없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역 방송사들이 본격적으로 방송 자료를 보관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90년대 들어서다. 따라서 그 이전 방송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지금도 창사특집 등 일부 프로그램은 영구 보관하지만 로컬 뉴스의 경우 대부분 방송된지 한달이 지나면 중요한 부분만 편집해 보관하고 테이프를 다시 재활용한다. 한 달이 지나면 테이프 양이 엄청나 보관할 공간도 부족하고, 재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방송 영상취재팀 기자는 “방송본과 취재원본을 모두 보관해야 하는데 지금은 방송본도 장기 보관이 안돼 자료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며 “‘방송자료는 곧 지역의 작은 역사’라는 인식을 갖고 경영진과 지원부서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정치인 말 바꾸기의 경우 옛날 자료를 찾아 바로 비교해 보여주면 되는데 보관된 자료가 없으니 아쉬울 때가 많다. 자료 보관이 체계적인 서울과 달리 지역은 이런 방송을 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테이프와 필름을 보관하는 방송 자료실은 기본적으로 통풍이 잘 되고 온도와 습도 조절이 필수지만 지역의 경우 대부분 그냥 빈 방에 테이프를 쌓아두는 형편이다. 또 자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전담 요원 없이 카메라 기자가 자료의 편집·보관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한 지역방송 기자는 “카메라 기자 7∼8명이 데일리 뉴스 만들기도 벅찬데 한달 단위로 자료를 정리해 보관까지 하려면 업무가 상당히 가중된다”며 “영상편집과 자료보관을 전담할 요원이 최소한 1명은 있어야 체계적인 자료 보관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