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월드컵인데… 가뭄인데…

노동계 파업 언제나 '눈총'

김동원 기자  2002.05.22 00:00:00

기사프린트

원인분석 없이 노조만 일방 비난





“그럼 언제 파업하라는 것인가.”

민주노총의 볼멘 목소리다. 22일부터 시작되는 금속 등 소속 연맹들의 파업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서 비롯됐다. 언론이 “월드컵을 앞두고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볼모 삼아서야’(국민 14일자 사설), ‘노동계, 월드컵 볼모 삼지 말라’(중앙 13일자 사설) 등이 그 모습이다.

월드컵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고 대외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인 만큼 노동계가 엇나가선 안된다는 충고일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최근 몇 해 동안 노동계에서 ‘파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론은 그 원인과 배경 등엔 아랑곳하지 않고 ‘볼모론’ 등을 앞세워 딴죽을 걸었다.

불과 석달 전인 지난 2월말 철도와 발전부문 노조가 연대파업에 들어갈 당시 “국민을 볼모로 삼느냐”며 핏대 올리던 모습은 아직 생생하다. 지난해 7월초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에 대해서는 “외자 유치 걸림돌”(세계 7월 5일자)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같은해 6월초 조종사와 병원 노조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당시 자연현상까지 끌어들여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며 노동계를 질책했다. 이런 명분 아닌 명분마저 없을 경우엔 “국가경제를 생각해 대화로 문제를 풀라”며 어떻게 해서든 노동계의 파업을 막으려 했다. 지난 2000년 5월말 언론의 모습이다.

4년 전인 지난 98년 6월 월드컵 개최국인 프랑스에서도 에어프랑스 조종사들이 월드컵을 ‘볼모’로 파업에 들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프랑스 언론의 시각은 달랐다. 당시 파리 특파원이었던 한 언론사 간부는 “사회적 분위기나 노조에 대한 국민 이해도 등에서 나타나는 차이겠지만, 당시 프랑스 언론은 조종사 파업을 보도할 때 한국 언론처럼 노조를 일방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14일 성명에서 언론의 균형 잡힌 시각을 주문한 지적은 그래서 새겨봄직하다.

“우리 언론 현실에서 ‘노동자 파업도 이유 있다’는 보도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마다 구실을 바꿔가며 파업을 나무라기만 하는 일은 이제 그만뒀으면 한다.…6월 10일 파업을 5월 22일로 앞당겨 월드컵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노동자들의 태도를 놓고, ‘정부와 사용주도 노동계 성의를 잘 헤아려 성실히 교섭하고노동탄압 중단해서 원만하게 풀어 보라’는 충고는 못할망정, 노동자들만 무작정 나무라는 언론의 태도는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동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