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신문 판매시장에서 ‘상호 합의’나 ‘자제’라는 말은 없어 보인다. 출혈이 뻔히 보이는 ‘맞불’만 있을 뿐이다. 급기야 역대 최고가 경품인 자전거까지 등장, 판매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자전거 살포’가 본격화한 건 지난 4월 들어서다.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등지에서 경향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신문사 지국들이 자전거 경품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다. 아파트 입구나 노변에 자전거를 전시해놓고 ‘신문 보면 자전거 무료로 드립니다’라고 홍보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집 전화나 핸드폰 번호를 적어놓고 자전거를 가져가면 된다. 통상 시중가 12만원~13만원 정도인 자전거를 5만8000원~6만원에 들여와 경품으로 사용한다는 게 지국장들의 설명이다.
판촉요원으로 활동하는 조 모씨는 “4월부터 자전거가 등장했다. 세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몇몇 지국에서 먼저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지국장은 이와 관련 “한달 전 한 지국에서 자전거를 200대 정도 구입해 뿌리기 시작했다. 인근에서 자전거 장사하는 사람이 지국으로 찾아와 ‘이렇게 하면 나는 어떻게 먹고 사냐’고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전거 단가도 올라갔다. 서울의 한 신문사 지국장은 “최근에는 시중에서 16만원하는 자전거를 6만9000원에 들여와 배포하기도 한다”며 “IMF 이전에도 유례가 없었던 역대 최고가 경품이 난립하는 출혈경쟁”이라고 우려했다. 양상은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지국장은 “ABC 본공사를 앞두고 있는 이른바 메이저신문의 한 지국에서 최근 판촉요원 60여명을 고용해 자전거 배포에 나섰다”면서 “일산 등 신도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전거 경품은 지난해부터 심화되어 왔던 조선 중앙 동아 3사 지국의 경품 공세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됐다. 발신자전화기를 필두로 전기밥솥 선풍기 믹서기 등 다양한 경품이 뿌려졌다. 수도권의 한 지국장은 “우리 지역만 해도 4000~5000대 정도의 발신자전화기가 뿌려졌을 것”이라고 추산할 정도다. 실제로, 자전거를 경품으로 제공한 적이 있다는 한 신문사 지국장은 “조선 중앙 동아 3사 지국의 물량공세를 더 이상 지켜만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적은 지면에 비슷한 수준의 경품을 제공해봐야 한계가 있다”며 “출혈을 감수하더라도자전거를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태에 대해 한 신문사 지국장은 “이런 양상이라면 내년엔 TV, 냉장고가 등장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이제 신문을 파는 시대는 지났다. 물건을 팔고 신문을 끼워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