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체육복표사업 참여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위한 것이었다. 스포츠토토(전 한국타이거풀스) 컨소시엄에 참여할 당시부터 ‘사행성 조장’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특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을 무릅쓰고 언론사가 지분 참여에 나선 것은 ‘높은 수익성’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과정에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참여 언론사는 ‘실리’도 찾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눈총 불구 사업 참여=2000년 12월 구성된 스포츠토토 컨소시엄에 언론사가 참여할 당시부터 언론계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복권사업에 대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며 비판하던 언론이 체육복표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것이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000년 11월 ‘언론사는 사행성 짙은 체육복표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성명을 내고 “언론사가 겉으로는 공적인 기능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사행성 짙은 복표사업에 뛰어들어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체육복표사업자로 선정된 스포츠토토 컨소시엄에 참여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넥스트미디어, 디지틀조선, 스포츠조선, 스포츠서울21, 조인스닷컴, 한국일보, YTN 등으로 조인스닷컴(5만주)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는 5억원(10만주·1%)을 투자했다. 이후 지난해 문화일보가 5만주를 매입했으며, 이들 언론사는 지난해 두 차례 증자에 불참하면서 지분이 0.48∼0.96%로 낮아졌다.
△특혜 의혹 제기도=일부 참여 언론사는 스포츠토토 주식 매입 당시 현금투자 대신 광고 게재로 상계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000년 11월 성명에서 “언론사들이 현금으로 지분 참여를 하는 대신 광고로 벌충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며 “언론사로서는 광고를 게재해 돈을 벌고, 현금을 투자하지 않고 주주로 참여하며, 사업이익에 대해서는 배당금을 받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타이거풀스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시 다수 언론사가 현금 대신 광고 상계로 지분참여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스포츠토토는 언론사 참여로 인한 직간접 홍보 효과를 기대한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 언론사 관계자는 “벤처투자붐이 일 때 언론사가 현금투자 대신 광고로 상계했던 적이 있었지만 스포츠토토에는 현금투자만 했었다”며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실리’도 못찾아=언론사가 대거 지분 참여에 나선 것은 ‘대박’의 기대 때문이었다. 참여 언론사의 한 관계자는 “체육복표사업은 프랑스 월드컵 때 수십 조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국 등에서 연간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컨소시엄 구성 당시 월드컵 특수로 인한 배당 이익과 광고 집행시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참여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사의 대박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체육복표사업은 예상외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해 발매액이 28억원에 그쳐 예상액 300억∼500억원에 훨씬 못미쳤다. 실제로 지난 3월 20일 열린 결산보고 주총에서 발표한 당기순손실은 701억원이었으며, 언론사의 배당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올초만 하더라도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었지만 ‘최규선 게이트’ 이후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과정에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초기 투자금액마저 보존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언론사 한 간부는 “큰 장사가 되는 사업이라고 해서 5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또다른 언론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체육복표사업 자체가 부실화 돼 출자액만큼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지만 새로운 인수희망자가 나타나 사업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