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의 주연 김을분 할머니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언론이 사실무근의 기사를 양산하고 할머니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김 할머니가 고향을 떠나게 된 탓을 언론들은 “우리사회의 만연된 상업주의”로 돌리고 있으나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언론의 상업주의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할머니 거취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것은 할머니의 손녀가 제작사 ‘튜브픽쳐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할머니가 팬들과 기자들의 방문 공세에 시달리고 낯선 사람들의 기웃거림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다 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돼 더 이상 고향 집에서 살 수 없다는 사연이었다. 스포츠지를 비롯 각 일간지들은 이같은 김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비중있게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김 할머니 문제가 몰고온 사회적 파장과 원인을 진단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던 영화 촬영지 관광개발은 사실 무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튜브픽쳐스’는 지난 15일 공식입장을 통해 “우리는 촬영지였던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개발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여러 언론매체에 공개된 촬영지 상품화 보도는 취재진들이 튜브픽쳐스에게 확인하지도 않고 내보낸 오보”라고 밝혔다. 김 할머니의 손녀도 같은날 “관광사업 문제는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과 달리 영화사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보상과 거취문제도 아버지와 제작사간 지속적인 상의가 있었는데 알지 못해 오해가 있었다. 본의 아니게 제작사측에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며 앞서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또 “제2의 영자사건은 없어야 한다”며 할머니의 안위를 걱정하는 언론들이 “제작사측 최소 1억원 이상 흥행보너스 지급 계획” 등 개런티 액수를 미리 공개하는데 급급했던 것 역시 상업주의에 편승한 보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문화부 기선민 기자는 지난 17일자 기명칼럼 ‘문화노트’에서 “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된다는 소식은 사실무근이다. 또 보너스 액수를 미리 밝히는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할머니가 마을을 떠나게 된 것은 우리 모두의 탓이며 더 큰 허물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를 남발하고 할머니의 일거수일투족에 말초적으로 반응한 일부 매스컴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 기자는 “김 할머니의 일은 언론 종사자들이 영원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경쟁사들이 보도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김 할머니에 관련된 뉴스를 쓰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공인이라면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하지만 김 할머니는 스타도 아니고 공인도 아니다. 김 할머니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이제는 제발 접자”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