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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취재로 의혹 규명하겠다"

중앙, 홍걸씨 골프보도 사과…'미확인 오보' 결론

서정은 기자  2002.05.22 14: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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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공방이 뜨거웠던 김홍걸·최성규씨 LA 골프회동 보도와 관련 이를 단독보도했던 중앙일보가 ‘미확인 오보’로 잠정 결론짓고 대독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의혹들을 추가 취재를 통해 규명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어 진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18일 1면에 ‘홍걸씨 LA 골프 보도 관련, 당사자·독자께 사과드립니다’ 제하의 사고를 싣고 “본지가 5월 1일자 1, 3면에 게재한 ‘홍걸씨 최 전총경 LA서 만나 골프쳤다’ 기사는 충분한 사실 확인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었기에 관련 당사자와 독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신뢰할 수 있는 제보와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으나, 기사에서 지적한 시간과 장소에서 골프를 친 사람은 김홍걸씨가 아니라는 주장을 뒤엎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 독자에게 더욱 신뢰받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대독자 사과문과 함께 8면을 털어 ‘김홍걸·최성규씨 LA서 골프’ 취재 과정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석연찮은 ‘친척집 식사’ 홍걸씨 알리바이 △운전면허증 확인 여부 엇갈리는 증언 △무기상 L씨의 일관된 제보 등 남는 의혹에 대해 “추가 취재를 통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또 ‘LA 골프 취재 무엇이 문제였나’ 제하 기사를 통해 “충분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정황증거와 전문(傳聞)증거에만 의존한 기사를 실음으로써 반론 이후 보도내용의 진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한국 언론의 고질적 병폐인 ‘조급증’을 떨쳐버리지 못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취재 수준에 비춰 보도가 지나치게 단정적이었다는 자성도 하게 된다”며 “최소한 ‘골프를 쳤다’가 아니라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누구는 ∼라고 주장했다’ ‘가능성이 있다’로 표현했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이장규 편집국장은 “유력한 제보를 바탕으로 주어진 취재 여건과 범위내에서 충분하다고 판단해 쓴 기사였지만 당사자가 부인하고 또 그 시간에 골프를 쳤다고 주장하는 김씨의 주장이 제기됐다”며 “2주간 확인 취재를 했지만 이들 주장을 뒤엎는데 실패했고 마냥 확인 절차로 시간을 끌 수 없어 중간 정리를 할 필요를 느꼈다.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검증의 책임을 지지 못한데 대해 독자에게 반성하고사실을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어 “독자들과 당사자에게 사과하되 이 문제를 다르게 증언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어 취재 전말을 소상히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또 완벽한 증거를 갖고 기사를 쓰지 못한데 대한 자성의 의미로 미디어 전문기자인 김택환 박사의 비판 기사를 실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보도책임자인 편집국장과 보도 당사자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노조 공정보도위원회(위원장 최상연)는 지난 20일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확인취재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 내부 보고서는 내지 않기로 했다. 최상연 위원장은 “골프 보도가 정치적인 의도나 압력에 의해 작성된 기사가 아니어서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회부 기자들이 아직도 LA에서 확인취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그동안 노조 공보위가 편집위원회를 통해 이번 보도의 취재 전말, 기사화 판단 동기 등을 자세하게 후속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는데 이를 편집국 간부들이 받아들인 것은 용기있는 결정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 편집국 기자는 “동료들이 아직 취재 중인 사안에 대해 성급히 오보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지만 한국 신문의 제작 시스템상 정확성보다 속보성을 중시하는 풍토가 이번 참사를 빚어냈다는 점에서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 상벌위원회 한 위원은 “정정기사로 끝날 성질은 아니다. 오보를 할 수도 있으나 책임지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상벌위원회 안건으로 처리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위원은 “현재 보도 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을 것인지 논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당사자들에게 회사가 경위서를 요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한 관계자는 “오는 7월초 인사에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