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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총장직선 문제 많다" 맹공

사설서 '폐지' 주장…특수관계 '고대재단 편들기' 비판

박미영 기자  2002.05.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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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에서 선출한 총장과 재단이사회에서 선출한 총장으로 고려대가 ‘한 지붕 두 총장’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총장 직선제’를 비판하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직선제 폐지는 대학 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동아일보가 이같이 주장하는 것은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이 고려대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22일 ‘대학총장 직선제 문제 많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고 “자신을 뽑아준 교수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직선제 총장은 교내에서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지난 경험을 통해 드러났다”며 “총장 직선제에 매달리는 것은 폐쇄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또 “최근 대학가에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부작용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며 “(서울대는) 10여명의 총장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어 과열 분위기가 우려되고, ‘1대학 2총장’의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고려대사태도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대는) 스스로 총장 직선제를 포기하는 솔선수범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며, “사립대학 역시 캠퍼스 정치에 힘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또 같은 날 ‘수요프리즘-교수님, 반성문 씁시다’라는 박세일 서울대 교수(법경제학)의 칼럼을 게재하고 “요즈음은 교수들간의 인기투표로 총학장을 뽑으니 시장적 정치문화가 판치고 대학의 존엄과 선비정신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총장 직선제를 비판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직선제 도입 이후 동아일보의 보도태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91년 7월 11일자 사설에서 “대학민주화의 꽃은 총장직선”이라며 “교수들에 의한 직선이 대학의 민주화 자율화에 훨씬 유효하다는 학내 외의 여론을 거스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시각 역시 9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부터 ‘폐지’ 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지난 96년 5월 3일자에는 ‘총장 직선제 폐지가 옳다’는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사주인 김병관 전 명예회장이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는 지난 97년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를 채택했다.그러나 고려대는 지난 98년 선거에서 교수협의회가 1위로 추천한 후보를 이사회가 총장으로 선출, 사실상 직선제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이번에 교수협 추천 후보를 배제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한편 동아일보는 그동안 고려대 사태와 관련해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재단 측의 입장만을 기사화해 균형감을 잃었다는 비판을 샀다. 동아일보는 지난 10일 교수협의회가 독자적으로 총장을 선출, ‘한 지붕 두 총장’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이 돼서야 29면 하단에 2단 기사로 ‘고려대 갈등 지속’이라고 간략하게 보도했을 뿐이다. 또 21일과 24일에는 각각 “김정배 총장 선임 적법했다”, “총장 선임 공청회 열자” 등의 제목으로 재단측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