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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FX사업 미 공군총장 압력 서한 외면

4조원 혈세 국책사업 감시기능 소홀

김동원 기자  2002.05.29 11: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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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투기(FX)선정 사업에 제기된 외압 의혹은 일단락된 것일까.

지난 3월 차세대 전투기 선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던 조주형 대령(50·공사23기) 공판 관련 보도태도를 보면 이런 의구심이 든다.

지난 22일 군사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된 조 대령에 대한 1차 공판를 마친 뒤 조 대령측 변호인단은 지난해 8월 마이클 라이언 미 공군참모총장이 한국 이억수 공군참모총장에게 ‘한미군사동맹관계’ 등을 내세워 F-15K 구매를 강력히 요청한 서한을 보낸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변호인단은 또 미국의 본드 상원의원 등이 F-15K 구매를 위해 주미 한국대사관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에 대해 조 대령이 작성한 비망록도 함께 공개했다.

외압 의혹과 관련해 미국의 군 고위간부와 정치인이 한국 정부의 판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음을 입증하는 문서이고 최초 공개됐다는 점에서 ‘뉴스거리’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매일과 연합, 한겨레, MBC 등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곤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세계일보는 시내판에서 기사를 뺐다. 물론, 뉴스가치는 언론사가 판단할 문제다. 또 지면이나 시간 관계상 기사화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MBC는 22일 9시 뉴스에서 변호인단이 공개한 내용과 함께 미국이 지난해 5월 조달본부에 편지를 보내 한국이 유럽 비행기를 선택할 경우 미제 무기를 달아도 좋다는 의향서(LOA)를 내줄 수 없다고 한 사실도 언급하면서 “2억 달러나 깎았으니 F-15K를 사는 게 당연하다는 국방부 주장에 아직도 고개를 젖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이 공개한 내용이 F-15K선정에 외압의혹을 제기할 기사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FX사업과 관련한 외압설은 이달 중순께 최규선씨가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불거지고 시민단체들이 지난 21일 김동신 국방장관을 검찰에 고발한 데서 보듯 ‘진행형’인 사안이다. 2단계 심사에서도 F-15K가 선정되긴 했지만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 투명히 공군 전력증강이란 본래 취지에 맞게 추진되는지를 감시하는 것은 여전히 언론의 몫이다.

김동원 기자 wo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