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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장이 정치비평 시집 냈다

이용관 대구일보 정치부장… "정치개혁 갈망 담아"

김상철 기자  2002.05.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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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파업하던 날/정치인들은 ‘국민편의’를 들먹이며/대화와 타협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똥 묻은 개의 거룩하신 말씀이셨다.(부끄럼을 모르는 사람)

현직 신문사 정치부장이 정치비평 시집을 펴내 화제다. 주인공은 이용관 대구일보 정치부장. 이 부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간의 주요 사건들을 66편의 시로 묶어 <양말산에 부는 바람>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다. 양말산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자리에 있던 야산의 옛 이름이다.

이 부장은 “국민들의 원성과 불신이 극에 달한 정치권에 나도 일원이 되어버린 것 같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며 ‘정치비평 시집’을 펴낸 계기를 설명했다.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 끝에 이전부터 해왔던 시작활동을 접목시키기에 이르렀다는 것. 때문에 수록된 시에는 정치현장에 대한 직설적인 시각이 숨김없이 배어있다.

김근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정치자금 고백에 대해 ‘정치판에서 이상주의자를 보았으며/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는 ‘한계’를 봤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한국정치의 ‘희망’이었다’(임금님의 귀)고 평가하고 이른바 ‘빌라 게이트’를 지켜보며 ‘집의 크기만큼 국가를 위해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가’(집이 큰 이유)라고 꼬집기도 한다.

노무현 후보와 김영삼 전 대통령 회동, 지난 99년 이른바 언론문건 사태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있다. ‘나도 현실 정치인이라고 항변하는 그의 말이 정직하게는 들리지만 그를 통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무모한 정도’는 어떡해야 하는지 가슴이 쓰리다.’(정치와 현실) ‘다만, 이런 몰염치한 기자에게/어떻게 입법과 정당의 감시기능을 맡길 수 있느냐는/원성 앞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부끄러운 자화상)

이 부장은 후기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시’라는 형태를 빌어 정치권의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