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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때마다 "돈 내라"…FIFA 원성 높아

[월드컵 취재 이모저모]

취재팀  2002.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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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플랫폼 15분에 60만원

미디어석도 신문기자에만 배정

방송기자들 불만



사건팀 기자들 월드컵팀 차출

지방선거에 월드컵 취재까지

눈 코 뜰새 없어





2002 한일 월드컵의 막이 오르면서 본격적인 취재 경쟁에도 붙이 붙었다. 16강 진출을 바라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바빠진 기자들, 신문사가 연장전을 걱정하는 이유, 지나친 욕심이 빚은 개막식 리허설 보도 등 취재 현장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연장전 없기만 바랄 뿐”

○…오후 8시 30분에 시작하는 경기가 연장전에 들어갈 경우 신문사가 지방판 제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6강 이후부터는 양팀이 반드시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에 무승부가 되면 연장전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전후반 15분씩 연장전을 치르면 경기종료는 오후 11시를 넘어서게 된다. 지방 배달을 감안할 때 늦어도 오후 11시∼11시 30분까지는 강판에 들어가야 하는 신문사로선 난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편집부 한 기자는 “현재 월드컵으로 지방판 강판 시간이 오후 9시 30분에서 11시로 늦춰졌지만 오후 11시가 마지노선”이라며 “11시를 넘기면 지방 배달, 자매지와의 인쇄 시간 혼선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 한 기자는 “경기 결과를 중간에 잘라 내보낼 수도 없지 않겠느냐”며 “연장전이 안나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시설이용 무조건 비용 요구

○…FIFA에 대한 방송 기자들의 불만이 높다. FIFA에 고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하고도 경기장내 취재 편의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비싼 이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기장안에서 방송 기자들이 리포팅을 할 수 있는 구역인 ‘아나운서 플랫폼’은 15분에 60만원을 내고 사용해야 한다. 또 아나운서 PD 엔지니어 해설자 등이 사용할 수 있는 커멘터리 박스는 3000∼4000달러, 방송용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프리젠테이션룸은 수천만원에 달해 많이 빌리지 못했다는 것.

게다가 노트북을 놓을 수 있고 모니터도 있어 바로 기사를 전송할 수 있는 미디어석 100석은 신문 기자들에게만 배정되고 방송 기자들은 관중석과 똑같은 옵서버석으로 배정돼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한 방송사 스포츠부 기자는 “FIFA의 방송 서비스가 형편없다. 방송사 PD나 기자들은 앉아서 기사 쓸 곳조차 없다”며 “그동안 FIFA에 수차례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개선되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SBS 리허설 사전보도 물의

○…SBS가 지난달 28일 8시 뉴스에서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중계차로 연결해 물의를 빚었다. 월드컵조직위 한 관계자는 “개막식 내용의 보안유지를 위해 3차례 각 언론사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는데 SBS가 자체적으로 촬영해 보도했다”며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와 관련 FIFA가 조용히 넘어갈지 문제 삼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방송사 스포츠취재부 차장은 “국내 잔치의 규칙을 국내 방송사가 어기면 앞으로 다른 나라 언론사에 대해 어떻게 제재할 수 있느냐”며 “자사 이익을 위해 규칙과 약속을 어기는 행태는 정정당당한 경쟁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부 기자들 또 일복

○…월드컵으로 일복 터진 언론사에서 사회부 사건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월드컵팀 구성으로 일부 기자가 차출되면서 야근이나 각자 담당할 취재구역이 늘어난 데다가 지방선거, 월드컵 등 현안을 쫓아 관련 뉴스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

대한매일 사건팀 한 기자는 “사회 전반의 기획기사를 준비해야 하는 사건팀 성격상 월드컵, 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업무량이 종전보다 다소 늘어났다”고 말했다. 같은 사회부 내 검찰팀이 월드컵으로 인해 ‘게이트 정국’이 소강 상태가 되면서 여유를 찾은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부산일보 사건팀 한 기자는 “기사가 실리든 아니든 경찰기사 챙기고, 월드컵 낙수거리 찾고, 지방선거 유세 따라다니고, 지방선거에 월드컵이 겹쳐 눈코 뜰 새 없다”며 “게다가 한국팀 첫 경기가 부산에서 열려 경기장 안팎 얘기들을 취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지역의 경우 지난 4월 김해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오는 가을 부산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뉴스가 이어져 당분간 강행군은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