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호랑이 새끼를 낳고 개는 개 새끼를 낳는다. 이것은 생명의 본질이고 유전자의 원리이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여러 가지 변형이 나타나고 생명복제도 가능하지만 생명의 본질과 유전자의 원리는 변함이 없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로 국정이 소연하다. 5년전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의 국정농단을 반면교사는커녕 전철을 밟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누라 뭐래도 김대중·김영삼 씨는 생명을 걸고 민주화를 쟁취한 정치지도자이다. 아들들이 부친의 명예에 먹칠을 한 것은 대단한 불효이자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해온 사람들에게는 배신행위이다.
세상에는 아비보다 못한 자식이 많다. 이런 경우 옛글은 ‘호부견자(虎父犬子)’라 했다. 호랑이 부모에 개 새끼란 욕설이다. 한국사에서 대표적 호부견자의 사례는 연개소문과 그 자식들이다. 연개소문은 당나라 대군을 물리치고 고구려를 지킨 재상이자 뛰어난 장수였다. 그렇지만 아들들은 권력쟁탈 끝에 국가를 파멸로 몰았다. 연개소문이 죽고 맏아들 남생이 권력을 승계하자 동생 남건·남산이 불만을 품어 분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남생이 당에 항복하고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는 신라에 투항하는 골육의 내분으로 고구려는 멸망했다. 견훤은 후백제 건국의 야망을 불태우면서 후비의 아들 금강을 후계로 삼아 총애한 것이 빌미가 돼 맏아들 신검에 의해 금산사에 유폐되고 결국 왕건에게 투항하여 후백제는 멸망하고 말았다.
이성계의 아들들도 형제의 난을 일으켜 골육상쟁을 벌이고 ‘함흥차사’의 고사를 남겼다. 근현대사에서도 호부견자의 사례는 꼬리를 문다. 순종황제 아들은 일본에 끌려가 왜군장교가 되고 끝내 조국의 독립운동과는 담을 쌓는 친일파가 되었다. 다른 왕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절세의 애국자 안중근 의사의 아들 하나는 일제의 회유에 못이겨 이토 히로부미의 사당에 참배하고, 독립운동가 유림 선생의 아들은 만주군관학교를 거쳐 일본군 장교 노릇을 하다가 부친에 의절당했다.
언론계에 호부견자는 없는가.
사주 중에 선대는 나름대로 인격을 갖추고 언론의 공익성과 가치를 지켜나가던 것이 자식대에 이르러 지면을 사유화하면서 타락, 탈선의 경우는 없는가. 언론자유와 민주화에 앞장선 선대 언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곡필의 자식은 없는가.
훌륭한 부모나 조상을 모시는 것은 축복이다. 그대신 각별한 몸가짐과 간고를 각오해야 한다. 훌륭한 부모를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가정의 자식 노릇도 쉽지 않다.
한 때 ‘7공자’ ‘5공자’등 재벌·정치인·언론인 2세들의 탈선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이들은 돈을 물쓰듯 하면서 온갖 부도덕·탈선을 일삼았다. 그리고 선대가 피땀으로 일군 기업을 파산시키고 결국 국가경제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왕대밭에 왕대난다’지만 그 반대 현상도 적지 않다. ‘견부견자(犬父犬子)’의 경우다. 친일파 후손들이 민족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악질 친일파가 되거나 독재정권의 하수인 또는 수구 냉전세력의 정치인·언론인·학자로 활동한다.
촉한을 세운 유비는 임종 때에 제갈공명에게 아들 유선이 신통치 않으면 직접 왕업을 이으라고 당부했다. 유비 만한 인물이니 가능했던 일이다.
권력과 부와 명예를 함께 갖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창조주가 그렇게 만들지도 않았고 허용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추구하는 3대 가치를 몇 사람이 독차지하게 되면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 이것은 창조주의 뜻이다. 이 말이 미덥지 않거든 주변과 역사를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발언대’는 회원 및 언론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담는 난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