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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실종' 언론책임 크다

월드컵 편승 찬밥 취급…정치혐오 부정적 기사만

김동원 기자  2002.06.12 1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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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 대한 언론의 ‘찬밥 대우’가 지속되고 있다.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하지만 언론의 월드컵과 지방선거를 다루는 태도는 최소한의 균형마저 이루지 못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언론은 연일 월드컵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월드컵 관련 기사가 1면은 물론, 종합면과 사회면, 별도 섹션에 이르기까지 주요 지면을 채우고 있고 방송 뉴스의 경우도 메인 뉴스에서부터 줄을 잇는 보도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전이 치러진 날 저녁 뉴스와 다음날 신문의 경우 거의 대부분 뉴스와 10개면 이상을 관련 기사로 채우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지난 8일을 전후해 국민의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투표율 저하 등을 우려하며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했지만 ‘뒷북치기’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언론이 지방선거 투표율 저하를 우려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 등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것이었고, 당시 언론은 이런 선관위의 발표내용을 기사화했지만 그 심각성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언론은 지방선거 투표율 하락의 원인을 월드컵 열기에서 찾고 있지만, 이는 국민적 관심의 반영이란 명목 아래 언론 스스로 월드컵에 들떠 흥분하고 지방선거를 소홀히 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는 사실을 가리려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는 지난 5일 월드컵에 지방선거 보도의 실종을 우려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언론은 여전히 월드컵 보도에 혈안이 된 형국이다.

언론의 지방선거 홀대 문제는 또 지방선거를 다루면서도 부정적 측면을 강조해 국민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데서도 나타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마 후보자들의 병역, 전과, 세금 납부 결과 등을 공개하자 ‘후보자 12% 전과기록’, ‘출마자 9% 세금 한푼 안내’ 등 전체 통계수치를 근거로 보도하면서 출마자 다수가 전과자나 탈세범인 듯한 인상을 주는 보도태도를 취해왔다. 실제 언론이 이같은 전과나 세금 납부사실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을 느꼈다면 실제 의혹이 제기되는 전과나 세금신고 내역을 집중 분석하는 태도가 바람직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언론이 정책선거를 이끌기 위해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한다고 하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한밀도 있는 분석과 문제제기보다는 공약 나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판세 분석과 후보자간 공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선거사범 급증’, ‘금품 살포’, ‘비방전 난무’, ‘선거과열’ 등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하는 보도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권혁남 교수는 “월드컵으로 인해 기사건수가 이전 선거에 비해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와 관련한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경향의 보도사례가 많아 보인다”면서 “선거과정의 부정사례와 문제점은 마땅히 고발하고 비판해야 하지만 전체 선거판이 그런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냉소와 정치 혐오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won@journalist.or.kr